중국 매체들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대만의 미래에 빗대며 대만 여론 흔들기에 나섰다. 이번 아프간 정부 붕괴 책임은 온전히 미국에 있으며, 미국은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즉시 대만도 ‘체스판의 말’처럼 내던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군 C-17 수송기가 국외로 탈출하는 주민들을 가득 태운 채 카타르로 향하고 있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이날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 인수를 선언했다. /디펜스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하자 미국은 자국민 철수에 몰두했다”며 “이 모습은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아프간 철수는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했던 미군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 외교적·인도적 지원을 보증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군을 철수했다”며 “대만은 베트남과 아프간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는 체스판의 말이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미국이 지금은 대만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대만해협에서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아프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발을 빼고 외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의 말도 옮겼다. 진찬룽 중국 인민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아프간과 대만의 공통점은 미국의 공허한 약속”이라며 “아프간에서의 미국의 실패는 확실히 대만 주민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고, 친중파 학자로 알려진 대만 장야중 교수는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군대를 파견한다는 약속 없이 무기만 판매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대만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만은 양안 관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별도의 사설을 통해서도 “아프간은 반미집단의 요새이자 주변에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라며 이처럼 중요한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한 것은 오로지 금전적 비용만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와 돼지고기를 판매한 대가로 대만해협에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는 지정학적 거래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지도자들이 2021년 8월 15일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책상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것은 미국의 이미지와 신망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미국의 유아독존 패권주의 정책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은 1975년 베트남전에서 동맹인 남베트남을 버렸고, 2019년 시리아 북부에서도 갑자기 철수해 동맹인 쿠르드족을 버렸다”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동맹을 포기하는 것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미국의 나쁜 근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환구시보는 대만이 아프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대만 일부 인사들은 대만과 아프간은 다르고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미군 지원은 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만은 항복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허벅지에 매달려 대륙에 대항하는 노선을 바꾸는 것이 대만에 최선의 선택”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