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앞두면서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이 대표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뉴욕타임즈(NYT)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페이스X가 전날 공개한 IPO 투자설명서에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공동 주관사 명단 가장 왼쪽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를 '리드 레프트(Lead Left)'로 부르며, 통상 대표 주관사를 의미한다. 경쟁사인 모건스탠리는 바로 옆 두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IPO 투자설명서 왼쪽 상단에 이름이 가장 먼저 적히는 것은 월가에서 대표 주관사를 상징하는 관행으로 여겨진다. NYT는 이번 스페이스X 상장으로 주관사들이 받게 될 수수료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상장 수수료는 이번 IPO에 참여한 22개 공동 주관사가 나눠 갖지만, 대표 주관사가 가장 큰 몫을 가져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리드 레프트 지위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 19일 맨해튼 본사 33층에서 투자은행(IB) 부문 임원들이 짧은 축하 파티를 열었다고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머스크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의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을 활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솔로몬 CEO의 이런 행보가 투자은행들이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솔로몬 CEO는 2018년 최고경영자에 오르기 전까지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부문을 이끌었다.
반면 머스크와 오랜 거래 관계를 이어온 모건스탠리 측은 골드만삭스와 함께 공동 대표 주관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골드만삭스 이름이 먼저 나온 것은 단순히 알파벳 순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상장 주관사는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인수할 투자자를 모집하고,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NYT는 월가 은행들이 대표 주관사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에 대해 "IPO 이후에도 대출과 각종 자문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으로 막대한 자산을 얻게 되는 임직원들을 신규 자산관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을 통해 750억달러(약 112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약 26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다음 달 4일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로드쇼)를 시작하며, 이르면 같은 달 12일 상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