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5% 이상 폭락한 배경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이른바 'AI 국민배당금' 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제기됐다.

12일 블룸버그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코스피 시장 변동성은 김 실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이 직접적으로 촉발했다. AI 호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업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구체적인 정책 파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김 실장은 "AI 시대 초과 이익은 본질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메모리 기업과 핵심 엔지니어, 자산 보유자는 큰 혜택을 받겠지만 중산층 상당수는 간접 효과만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장 초반 8000선을 넘보며 799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김 실장 제안이 장중 알려지며 순식간에 5.1% 급락해 7400선까지 주저앉았다. 주가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최근 증시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 AI 슈퍼사이클을 주도한 두 기업이 AI 국민배당금 재원 확보에 따른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실제 삼성전자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배 급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정서희

시장은 김 실장이 추가 해명을 내놓고 나서야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김 실장은 투자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 이익에 새로운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AI 산업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급락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다시 반등했다.

호민 리 롬바드 오디에 싱가포르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주가 급락 속도를 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예고 없이 언급한 AI 배당금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며 "이것이 횡재세가 아니라고 부인하며 한발 물러서자 투자 심리가 다소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크리스티 탄 프랭클린 템플턴 인스티튜트 수석 투자 전략가를 인용해 "아시아 국가들이 디지털화와 AI가 포함된 미래에 공동 소유권 신호를 주고 싶어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다만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납세자들은 정부 대신 자신들이 비용을 떠안을까 봐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AI 발전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 우려를 정치권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산업 선두주자들이 AI 호황으로 얻은 과실을 사회와 더 많이 나눠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경영진에 AI 이익 분배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중 자금을 대거 흡수하는 좁은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언제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