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이사를 지명했지만, 상원 인준 절차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제롬 파월 의장의 재임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시 후보자는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을 거쳐 과반 찬성을 확보해야 최종 임명된다. 해당 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민주당이 전원 반대할 경우 공화당에서 단 한 명만 이탈해도 인준은 무산되는 구조다. 파월 의장 임기가 5월 15일 끝나기 때문에 상원은 3주 정도 안에 청문회와 표결을 마쳐야 한다.
현재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변수다. 틸리스 의원은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파월을 수사로 압박한 상태에서 인준을 밀어붙이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틸리스 의원의 반대로 상원 은행위원회 단계에서 인준 절차가 사실상 멈추며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파월 의장이 지난해 6월 의회에서 청사 개보수 비용 증가와 관련해 위증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미 연방검찰이 워싱턴DC 연준 본부를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이면서 정치권과 중앙은행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인준이 지연되면 파월 의장은 임기 종료일인 내달 15일 이후에도 직무를 이어갈 수 있다. 연방준비법상 후임자가 확정될 때까지 기존 의장이 임시 의장(pro tempore)을 맡을 수 있으며, 이사회가 권한을 위임할 경우 사실상 의장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더불어 파월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2028년까지 보장된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 방향이 그대로 관철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은 금리 정책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해 온 반면,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관리를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사법 리스크가 결합하며 정치적 갈등이 오히려 파월 의장의 입지를 강화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각)'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 수사를 철회하지 않는 한 교착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파월 의장이 당분간 연준 운영과 통화정책을 계속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워시 의장 지명자는 통화정책에 있어 연준의 독립성은 필수적이라면서도, 연준 스스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시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공개된 사전 발언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필수적"이라면서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며, 그들의 결정은 분석적 엄밀함, 의미 있는 숙의, 그리고 불확실성이 없는 의사결정의 산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연준 독립성은 주로(largely) 연준에 달려 있다"면서 연준이 독립성에 걸맞은 역할과 직분을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