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8월 경제지표가 일제히 경기 침체를 가리켰다.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부터 산업생산, 기업들의 경제 전망을 엿볼 수 있는 고정자산투자까지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이다. 부동산 침체는 지속되고 있고, 실업률도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바주카포(대형 화력을 지닌 경제 정책)’를 쏘지 않는 한 올해 목표 성장률인 ‘5% 안팎’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3조8726억위안(약 726조3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전월 증가율(2.7%)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2.5%)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소매판매는 백화점과 편의점 등 여러 유통 채널의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중국 국가통계국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7월 2.5%까지 떨어졌다가 11월 10.1%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4월까지 2.3%까지 또다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5월 3.7%로 반등하는가 했지만, 6월 결국 2.0%에 그치며 2022년 12월(-1.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2.7%로 소폭 상승했지만 8월 다시 연중 최저치에 바짝 다가섰다.

품목별로 보면, 경기 침체로 인해 큰돈 쓰기를 꺼리는 중국인들의 지갑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주택 구매와 관련 있는 건축 및 장식 재료와 가구 판매액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3.7%씩 줄었다. 자동차 판매액 역시 7.3% 줄었고, 항상 상승세를 보이던 금·은 장신구 판매액 역시 12.0% 급감했다.

중국 산업 현장의 활력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해 시장 전망치(4.7%)를 밑돌았다. 월간 산업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6.6%로 오른 뒤 올해 1~2월 7.0%까지 뛰며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5.3% 깜짝 성장을 견인했다. 3월 4.5%로 잠시 내려앉았다가 4월 6.7%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8월까지 계속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4개월 연속 둔화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최장 기간”이라고 했다.

다른 지표들 역시 일제히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고정자산투자는 1~8월 누적 32조9385억위안(약 6177조6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난 것으로, 시장 전망치(3.5%)에 못 미치는 수치다. 1~8월 누적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6조9284억위안(약 1299조4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전체 실업률은 전월 5.2%에서 5.3%로 상승했다.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중국 국가통계국 캡처

이날 발표로 중국 정부가 올해 내세운 경제성장률 목표치 ‘5% 안팎’은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레이먼드 영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최고 지도부가 ‘바주카포’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 한 2024년 공식 목표인 5% 성장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5.0%에서 4.8%로 낮췄고, 골드만삭스도 5.0%에서 4.9%로 내렸다. 스위스 UBS와 JP모건은 4.6%, 노무라홀딩스는 4.5%로 전망하고 있다. 미즈호 증권은 지난 13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7%로 낮추며 “중국 정부의 정책이 충분치 않다”라고 했다.

중국 지도부도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3일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열린 ‘황허(黃河) 유역 생태 보호와 고품질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해 “모든 지역과 부처가 공산당 중앙위원회(당 중앙)의 경제 사업과 각종 주요 조치를 성실히 관철해야 다”라며 “3분기 후반부와 4분기의 경제 사업을 잘 수행해 올해 경제 사업 발전 목표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까지 나선 만큼, 중국 경제 부양책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고, 국내 수요도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지속적인 경제 회복이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조치의 시행을 가속화하고,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 위험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