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으로 아프리카 정상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밀착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이 아프리카에 집중 매장돼 있는 데다, 미국 등 서방의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있는 신시장도 필요해 중국 내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4~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FOCAC는 3년 주기로 열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번엔 6년 만에 개최됐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주최한 외교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중국과 아프리카가 협력을 통해 이룬 우정과 성과를 보여주고, 미래 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지난 1일부터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이 중국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재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적도기니, 세이셸, 콩고민주공화국 등 10여개국 정상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냈다. 민간 부문에서도 대규모로 참석한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에 따르면, 현재까지 48개국 아프리카 국가의 408개 기업과 각종 협회 및 기관 대표가 참석 등록을 마쳤다. 이들의 종사 분야는 에너지와 광업, 인프라, 무역 등 전통 산업부터 전자, 통신 위성, 바이오 등 신산업까지 다양하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참석을 위해 2일 새벽 베이징에 도착했다./AP 연합뉴스

◇ 中에 꼼짝 못하는 아프리카… 20여년간 240조원 대출

아프리카 정상들과 기업들이 중국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데서 아프리카 내 중국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규모가 2821억달러(약 377조87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15년 연속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상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직접 투자한 금액만 지난해 말 400억달러(약 53조5700억원)를 넘어섰고, 지난 3년간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에서 창출한 일자리도 110만개 이상이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2013년부터 아프리카에 각각 6000㎞가 넘는 도로와 철도, 80개 이상의 대형 전력 발전시설 건설에 참여해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시행 중인데, 아프리카는 일대일로 핵심 참여국이다. 중국은 참여국에 도로나 철도, 항만, 공항 등 각종 인프라 시설 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공하거나 중국 기업들이 현지에 직접 인프라 시설을 건설해준다.

아프리카 각국이 중국에 지고 있는 막대한 부채 규모 역시 이들의 관계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요인이다. 미국 보스턴대 글로벌 개발정책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2000~2023년 아프리카에 총 1822억8000만달러(약 244조1300억원)를 빌려줬다. 특히 2012~2018년 사이 일대일로 프로젝트 덕에 매년 100억달러 이상 대출이 실행됐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대출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다 지난해 46억1000만달러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대출 증가는 수년간 침체됐던 아프리카 내 중국의 금융 활동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오는 4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중-아프리카 협력 포럼'이 열린다./AP 연합뉴스

◇ 中, 희귀 광물 확보·신시장 개척 위해 아프리카에 밀착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미국 등 서방 진영과의 경쟁 구도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아프리카에 매장돼 있는 풍부한 광물 자원에 이들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서방과 중국 기업들이 희귀 광물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라며 “이 대륙에는 (전기차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망간,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 가봉의 모안다 지역에는 전 세계 망간 매장량의 4분의 1이 몰려있고, 남아공도 전 세계 망간 생산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코발트 역시 전 세계 생산량의 70%가 콩고에서 나온다. 하지만 하지만 코발트 가공량은 중국이 50%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은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추가 관세를 물리려 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에 생산 기지를 세우며 미국 등의 제재를 우회하고 있지만, 동남아만으론 한계가 있는 데다 동남아 역시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요하네스버그대 아프리카-중국 연구센터의 클리프 음보야 박사후 연구원은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제재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라며 “나는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대체 시장을 찾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자신들은 미국 등 서방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국주의 침략을 겪은 역사적 경험, 사회·경제적 발전에 대한 공통의 필요성, 국제 질서에 대해 유사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라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정에 자주 간섭하는 서방 강대국들과는 달리,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에 대해 ‘5불(不)’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국가 실정에 맞는 개발 경로 추구 불간섭 ▲내정 불간섭 ▲의견 불강요 ▲정치적 조건 없는 지원 ▲투자·자금 협력시 정치적 이익 추구 배제 등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과 아프리카의 밀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독 출신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은 블룸버그 통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50년이 되면 지구상 4명 중 1명이 아프리카에 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강대국 경쟁자들은 아프리카에 깊숙이 진출했고, (아프리카에 대한) 일관된 전략이 없다면 미국은 계속 영향력과 지정학적 우위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