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가 올해 2분기(4~6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주가는 역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 소비자 지출 둔화, 업계 경쟁 심화로 인해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없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알리바바는 순이익이 줄어드는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6일 핀둬둬는 2분기에 970억6000만위안(약 18조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순이익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4% 늘어난 320억1000만위안(약 5조9800억원)을 기록했다.

핀둬둬

겉보기엔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당초 시장은 핀둬둬가 2분기에 999억8500만위안(약 18조6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에 못 미쳤다.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 및 광고 수입은 2분기에 491억2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 1분기 각각 57%, 56% 성장세의 반토막이다. 반면 2분기 비용은 오히려 1년 전보다 80% 늘었다.

중국 계면신문은 “투자자들은 핀둬둬의 고속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익숙한 상황”이라며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축제인) 6.18 축제가 포함된 2분기에 (광고 수입이) 29%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라고 했다. 즉 쇼핑축제 등에서 새로운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썼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핀둬둬는 실적 둔화를 인정한 것은 물론,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천레이 핀둬둬 그룹 회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사업 부문은 더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라며 “비정상적인 요인에 의해 많은 방해를 받고 있고, 미래 발전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공동 CEO인 자오자전 역시 “전자상거래 산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높은 성장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했다.

미래를 위해 단기 이익은 희생하겠다는 점도 예고했다. 천레이는 “우리는 아직 투자 단계”라며 “향후 몇 년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핀둬둬는 100억위안(약 1조8700억원)을 투자해 제품 및 기술 혁신 역량을 갖춘 판매상과 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운영 및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불법 판매상을 단속하는 등 공급망 최적화 작업도 지속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2분기 핀둬둬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29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자오자전은 “장기적 건전성을 위해 당장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라고 했다.

핀둬둬가 직접 나서 고속 성장세의 종료를 알리면서 핀둬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핀둬둬는 26일(현지시각) 전장 대비 28.5% 급락한 1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상장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시가총액 역시 하루 만에 550억달러(약 73조18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데이터 연구기관 M사이언스의 빈치 장 애널리스트는 “핀둬둬 경영진의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라며 “소비자 지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핀둬둬는 저렴한 상품을 통해 이를 피해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핀둬둬도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했다.

핀둬둬의 비관적 전망은 이미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최근 2분기 매출이 2432억위안(약 4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2499억위안)도 밑돌았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29% 감소한 242억위안(약 4조5200억원)에 그치며 역시 전망치(269억위안)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