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X세대(1965년부터 1980년 사이 출생자)에 해당하는 이들이 차차 60대에 들어서면서 대부분 은퇴하게 된다. X세대는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가 큰 경제적 격동기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들은 보통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렸고 이제 은퇴 뒤에는 그동안 쌓아둔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X세대는 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년부터 1964년까지 출생자)보다도 재정적으로 위태롭다. X세대는 일을 가장 열정적으로 해야할 전성기 시절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타격을 입었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사회보장제도에 의지해 가며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X세대는 거의 없을 정도다.

미국 시카고 월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로이터 통신

2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인용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인플레이션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45~54세 사이 X세대로 분류되는 가구의 수입 중간값은 약 25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07년 같은 나이 였던 베이비붐 세대보다 약 7% 가량 낮았다. 이는 15년 동안 중간 순자산이 감소한 유일한 세대다.

미국에서 X세대는 6500만명에 달한다. 비교적 목소리가 큰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끼인 세대’, ‘잊혀진 세대’, 혹은 열쇠를 이용했던 (거의 마지막) 세대이기에 ‘열쇠 세대’라고 불리는 X세대는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의 첫 실험 대상자였다. 401K는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으로, 연금만 받아 살아도 백만장자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용 수익률이 높고, 수십년에 걸친 복리를 통해 수령 금액이 크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401K 연금자산이 100만달러가 넘는 가입자는 지난 1분기 기준 48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43% 증가한 수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01K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20년간(2001~2020년) 연평균 8.6%에 달한다. 연평균 8.6%의 수익률로 은퇴하기까지 30년간 월 60만원씩 넣는다면 9억5300만원으로 불어나는 셈인데, 이를 이용하면 일반 직장인도 10억을 갖고 은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정작 X세대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X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는 국책 연금은 물론 사적 금융을 통한 연금 제도도 없었다. 고용주들은 401K제도가 시작되면서 풍성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말로 고용 근로자들에게 가입을 유도했지만, 연금이라는 제도가 이제 겨우 시작된 상황에서 매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연금용으로 비축하는 것은 일반 가정에서 고민될 법한 일이다.

미국 뉴욕주 타임스퀘어의 전경. /연합뉴스

지금처럼 직장에서 자동으로 연금제도에 등록시켜주거나 연금 저축 비율을 늘이고 줄이는 등의 기능은 한참 후에야 일반화됐다. 다른 사적 연금제도도 정착하는데 무려 반세기나 걸렸다. 납부하는 금액에 따라 세금 유예 혜택이 적용되는 일반 IRA도 1974년에 승인됐으며 불입한 금액에 대한 세금 유예는 없지만 납부할 때가 아닌 인출할 때 세금혜택이 적용되는 로스 IRA는 1997년에야 시작됐다. X세대가 경제활동을 하던 시기에는 그만큼 연금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사 뱅가드 그룹의 데이터에 따르면 X세대의 퇴직연금 저축액의 중간값은 약 6만달러다. 이는 금융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연금 저축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경제활동을 하던 X세대에게는 당장 현금이 필요했고 은퇴는 멀어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도 X세대의 경제력에 수년간 타격을 입힌 주범이다. 금융위기는 수많은 X세대들의 직장을 앗아갔고 주택 시장을 붕괴시켰으며 투자금을 날리게 했다. 이로 인해 X세대에서는 연금 저축이 어리석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X세대는 Z세대의 부모 세대로서, Z세대의 학자금을 대고 최근의 인플레이션, 일자리 부족으로 자리잡지 못한 자녀 세대를 먹여 살리고 있다. 심한 경우, 자신의 부모를 동시에 돌보기도 한다.

은퇴를 앞둔 54세의 한 가장은 30년 전 처음으로 401K에 연금 저축을 시작했지만, 직장을 옮길 때마다 집수리나 이사 등 시급한 일이 생겨서 결국 수차례 현금화할 수 밖에 없었다며, 닷컴 버블과 금융 위기를 겪으며 투자가 가치없다고 느꼈다고 WSJ에 설명했다. 그는 “401K를 제안받았지만 당시 그 누구도 퇴직연금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