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마트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JD닷컴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 프랑스 명품 제국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소매업체 세포라는 중국에서 수백 명의 직원을 감축한다. 중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글로벌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월마트는 이날 “더 이상 JD닷컴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다만 주식 매각 규모, 주식 매각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월마트는 JD닷컴 주식 2억8900만 주를 보유했다. JD닷컴이 4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월마트의 JD닷컴 지분율은 9.4%였다. 블룸버그는 “월마트가 JD닷컴 지분 매각을 통해 36억 달러(약 4조8078억 원)를 모금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JD닷컴 로고가 쓴 헬맷을 쓰고 배달 중인 중국인. / 로이터

월마트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을 통해 월마트 차이나, 샘스 클럽 등 여타 중국 사업에 집중하고 다른 우선순위에 자본을 배치할 것”이라며 “JD닷컴과의 상업적 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콩에 상장된 JD닷컴 주가는 약 9% 하락했다.

월마트가 JD닷컴 지분 5%를 인수한 것은 2016년이다. 당시 중국은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하고 있었고, 월마트는 중국에서 고전 중이었다. 이에 월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려고 JD닷컴 지분을 사들였다. 월마트와 JD닷컴은 배송과 같은 분야에서 협업하겠다고 전자상거래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반대다. 중국 경제는 소비 지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월마트는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에서 월마트 분기 매출은 지난 2년 동안 10% 이상 성장했다. 온라인 매출도 강세다. 월마트는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1615억 달러(약 215조8286억 원)를 기록했다. 영업 이익도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지난 2년간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미국 소비자가 월마트의 낮은 가격에 호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JD닷컴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할인 쇼핑 앱 핀두오두오와의 경쟁은 심화했고, 소셜미디어(SNS)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더우인 등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주 JD닷컴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3억9000만 달러(약 5211억9600만 원) 어치의 자사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JD 대변인은 회사가 “양측 간 미래 협력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NYT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LVMH 운영 세포라, 중국서 구조조정

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소매업체 세포라는 중국에서 수백 명의 직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세포라 차이나는 사무실과 매장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다른 직원들도 사표를 내도록 독려했다”며 “중국 내 4000명이 넘는 직원 중 약 10%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세포라 중국 책임자를 포함한 일부 고위 임원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VMH는 중국 세포라를 되살리기 위해 나이키 아시아에서 이커머스를 담당했던 딩 샤를을 중화권 책임자로 임명하고 대대적인 사업 개편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세포라 확장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프랑스 LVMH 산하 화장품 소매업체 세포라(SEPHORA)가 2021년 5월 중국 베이징 싼리툰 타이쿠리 쇼핑몰에 연 플래그십 스토어. / 조선비즈DB

세포라는 LVMH에서 2022년 기준 루이뷔통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매출원이다. 세포라는 중국에서 LVMH 브랜드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세포라는 미국, 유럽, 중동에서 성공을 거뒀음에도 아시아권에서 고전했다. 일례로 세포라는 지난해 한국, 대만에서는 사업을 접었다. 중국 스킨케어 제조업체인 상하이 자화 유나이티드에 따르면 세포라는 2022~2023년에 중국에서 약 3억3000만 위안(약 618억6510만 원)의 손실을 봤다.

블룸버그는 “세포라가 2005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약 300개 매장으로 확장했지만,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상품을 찾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라는 주로 서양 화장품을 판매하기에 중국 현지 브랜드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중국 내 브랜드와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중국 화장품 제조업체는 지난해 중국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해외 브랜드 점유율을 앞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