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미국 거대 기술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물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버지니아주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데이터센터는 지난해에만 최소 18억5000만 갤런(70억 리터)의 물을 사용했다. 2019년 이 지역 데이터센터가 11억3000만 갤런의 물을 소비한 것과 비교하면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구글 데이터센터 내부. / 구글 제공

버지니아주에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다. FT는 버지니아주 북부의 ‘데이터센터 골목’(data centre alley)으로 불리는 페어팩스, 로우던, 프린스 윌리엄, 파우키 카운티 등 6개 당국에 자료를 요청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시장조사업체인 Dgtl 인프라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데이터센터 전체는 지난해 750억 갤런(2840억 리터)가 넘는 물을 소비했다. 이는 영국 런던이 4개월 동안 소비한 양과 비슷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11월, 데이터센터가 미국에서 10번째 물 사용처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에 빅테크 기업은 재생수나 재활용수를 사용하는 등 물 사용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이 AI를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물 사용량은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장비를 냉각하기 위해 물을 사용한다. 또한 연료와 전력 발전에도 다량의 물이 들어간다. 일례로 구글의 물 소비량은 2023년에 14%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FT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 중 일부는 가뭄으로 고통받는 버지니아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들 지역은 물 부족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