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미국, 한국, 대만의 반도체 인재풀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우수 인재 영입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베트남 근로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인력의 질은 좋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가 14일 보도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반도체 학과에 대한 인기는 높은 편이다. 인공지능(AI) 붐이 불면서 반도체 엔지니어 수요가 급증했고,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현지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한국과 대만, 미국과 같은 전통적인 반도체 선도국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인력을 더 멀리서 찾고 있다”고 했다. 이에 힘입어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최소 5만 명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장식품을 파는 가게 앞. / AFP 연합뉴스

베트남에서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만의 AI 반도체 설계 서비스 업체인 ‘Al칩 테크놀로지스’는 연구개발(R&D) 팀 사무실을 올해 베트남에 열 계획이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대니얼 왕은 2~3년 안에 엔지니어를 최대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조니 셴 Al칩 테크놀로지스 CEO는 닛케이에 “베트남의 인재 풀과 직업 윤리는 매력적인 선택”이라며 “R&D 팀 확장을 위해 아시아 여러 지역을 평가한 결과, 일본과 같은 기존 기술 경제권에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회사 규모에 걸맞지 않았다”고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계열사인 칩 설계 서비스 제공업체 GUC와 ‘패러데이 테크놀로지스’도 젊은 엔지니어를 찾아 베트남에 진출했다.

한국의 ‘보스 반도체’는 2022년 베트남 호찌민에 진출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보스 반도체 임원들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직원을 비교한 결과, 베트남 인재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쪽을 선택했다. 보스 반도체의 호찌민 사무실에는 디자인 관리자 응웬 헝 콴을 포함해 약 50명의 직원이 일한다.

세계 최고의 칩 설계 도구 제조업체인 미국의 시놉시스도 베트남에 진출했다. 시놉시스는 베트남 내 여러 도시에서 5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시놉시스의 대만 및 동남아시아 영업 부사장인 로버트 리는 “반도체 공학 교육을 받으려는 베트남 학생과 근로자들의 높은 관심과 정부의 자금 지원 및 프로그램이 결합해 베트남이 반도체 인재 허브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KPMG 대만과 KPMG 베트남의 파트너인 브라이언 첸은 중국과 미국의 기술 전쟁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사업장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면서 베트남에서 고급 엔지니어링 기술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많은 현지 엔지니어링 인재가 싱가포르와 같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베트남으로 돌아갔다”며 “많은 기술 회사가 베트남에서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인재 풀이 성장할 여지가 여전히 많다”고 했다. 이어 “대만이나 한국과 비교했을 때 베트남의 엔지니어 생산성과 급여 수준은 기업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취업 정보 웹사이트인 ‘샐러리 익스플로러’에 따르면, 베트남 엔지니어의 월 평균 소득은 665달러(약 90만원)다. 싱가포르(5627달러·765만원), 대만(3782달러·514만원), 한국(2826달러·384만원), 말레이시아(1313달러·178만원)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