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장의 대세가 지상파에서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로 넘어간 지 오래다. 전세계 미디어 기업들은 저마다의 OTT를 개설하고 자사의 OTT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시장의 지분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OTT시장의 특징은 소비자가 무한하다는 것이다. A를 구독 중인 소비자가 B나 C를 구독할 수도 있다. 물론 소비자의 지갑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보통 자신이 원하는 최소한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 특히 전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덮치면서 구독서비스를 취소하려는 소비자들이 생겨나면서, OTT들은 다른 회사들과 결합해 가성비를 높인 ‘묶음 패키지(번들)’까지 내놓고 있다.

글로벌 OTT 서비스들이 포함된 리모컨. /연합뉴스

◇디즈니랑 워너 묶으면 할인, 스포츠 중계는 따로 할인...비교분석은 소비자의 몫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현상을 꼬집으면서 ‘OTT 번들이 다양해지면서 여러가지를 한번에 고려해야하는 소비자들은 이제 ‘박사 학위’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놓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번들 패키지는 소비자들이 스트리밍 비용을 절약할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당할 수도 있다.

이달 초 글로벌 미디어기업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올 여름부터 각자의 OTT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훌루 등을 조합한 할인 패키지 계획을 발표했다. 예컨대 디즈니-워너 번들은 7.99달러인 각 사의 OTT 디즈니플러스, 훌루를 묶어 10달러 미만으로 내놓은 상품이다. 또 디즈니 번들 트리오도 있는데, 디즈니플러스와 훌루에 스포츠 중계를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10.99달러짜리 ESPN플러스까지 묶음 상품을 14.99달러에 판매하는 상품이다.

또 ESPN과 폭스코퍼레이션 워너브라더스는 지분을 3분의 1씩 갖는 합작 회사를 설립해 올 가을 새로운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합작 플랫폼에는 각 사가 보유한 ESPN·ESPN2·ESPN플러스(+)·ABC·폭스·폭스스포츠1(FS1)·FS2·TBS·TNT·SEC네트워크·빅텐네트워크·스루TV 등 15개 선형(linear·예정된 프로그램 방송) TV 채널의 프로그램이 들어갈 예정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구성한 스트리밍 서비스다.

미국의 통신기업 버라이즌은 이미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OTT인 맥스를 묶은 번들 상품을 지난해 말 출시했다. 별도 구독 시 월 16.98달러를 내야 했던 것을 월 10달러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파라마운트와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나의 번들로 통합하기 위한 번들을 준비하고 있다.

번들을 선택할 때는 보다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WSJ는 설명한다. 통신 서비스로 버라이즌이나 T-모바일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번들 외에 다른 할인을 받을 수도 있고, 월마트 플러스나 인스타카트 플러스 회원이거나, 특정 케이블 TV 서비스 이용자라면 특별하게 더 유리한 번들이 있다. 버라이즌의 9.99달러짜리 통신서비스 ‘마이플랜’ 고객들은 넷플릭스의 가장 저렴한 6.99달러짜리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 쿠팡와우 회원일 경우 배달서비스 쿠팡이츠와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와 유사하다.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의 화면. /연합뉴스

◇떠나는 소비자 붙잡으려는 기업들, 번들·저가 요금제·무료체험 내놓는다

OTT 번들이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상품 가치로만 따지면 이득이지만, 여러가지 서비스 중 두어 가지만 이용하려는 고객에게는 의미가 없는 묶음 상품이다. WSJ와 인터뷰한 한 소비자는 “3개 서비스 번들을 구독해 이용하다가 갑자기 한 서비스에서 대폭 할인을 한다면 (이미 구독중이기 때문에 프로모션 대상에서 제외되어) 새로운 할인 상품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번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주요 골칫거리인 구독자 유지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편 중 하나다. 소비자들 중 대다수가 특정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OTT서비스를 구독하다가, 프로그램이 끝나면 구독을 취소한다. 미국의 구독자 측정기업인 안테나에 따르면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패키지를 활용할 경우 특정 월에 급격하게 구독을 취소하는 건수가 줄어든다.

현재 OTT 소비자들의 구성을 보면 6개월 이상 구독한 장기 이용자보다 일반이용자(과거 구독자였거나 6개월 이내에 가입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디즈니플러스와 파라마운트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대부분의 OTT의 장기 사용자 비율이 40% 안팎이다. 반면 넷플릭스의 경우, 고객의 이탈율이 낮고 장기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의 비율의 3:1에 가까웠다. 넷플릭스와 같은 경우에는 경쟁사들에 비해 번들로 얻는 이득이 적다는 게 안테나의 조사 결과다.

한편 OTT업계는 높은 물가에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도 오르면서 해지하려는 소비자들을 붙잡는데 애쓰고 있다. 번들은 물론 광고가 포함된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가입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처음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무료 체험 기간을 주고 새로운 서비스의 얼리버드 이용자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조너선 칼슨 안테나 공동 설립자는 “(구독자) 유지는 처음 확보한 신규 구독자를 유지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는 평생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