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곳곳의 전력 수급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년 심화하고 있는 때 이른 폭염이 주원인이지만, 최근 전기차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간 시간대에 줄어드는 냉방 수요의 빈자리를 전기차 충전 수요가 채우면서, 전력 공급이 쉴 틈 없이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 지방 정부들은 예년보다 일찍 여름철 전력 업무 회의를 열고, 전력망 확충과 요금 조정 등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8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국영 남방전력망 산하 하이난전력망공사는 지난달 27일 오후 10시 25분 전력 최대 부하(전력 수요 피크)가 750만5000킬로와트(㎾)를 기록, 올해 첫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이난 지역의 전력 수요는 바로 다음 날 772만2000㎾까지 늘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일재경은 “여름철 전력 부하가 가장 높은 시기는 보통 7~8월이지만 올해는 5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부하가 보고되고 있다”라고 했다.

중국 전기차 충전소./로이터 연합뉴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주원인은 기온 변화다. 하이난의 경우 이미 4월 초부터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 고온 경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 경보’가 떨어졌다. 상하이를 비롯해 쓰촨성 청두, 후베이성 우한, 후난성 창사 등 다른 지역에서도 35~38도로 기온이 치솟아 고온 경보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장쑤성 난징기상대는 “올해 여름은 예년(5월 26일)보다 빠른 5월 17일에 시작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전기차까지 합세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는 통상 100km당 15킬로와트시(㎾h)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지난해 중국 1인당 일일 전력 소비량(약 18㎾h)에 맞먹는다. 하이난 전력 관리 담당자는 “야간에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들이 대거 충전하면서 원래는 부하가 없는 시간대에 전력 수요가 급증한 것도 (때 이른 전력 피크의) 원인”이라고 제일재경에 말했다.

전기차가 보편화할수록 전기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월 춘절(음력 설) 이동 기간에는 신에너지차의 고속도로 충전량이 1억3400만㎾h를 기록, 전년 대비 70% 증가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연간 신에너지차 등록 대수는 2019년 120만대에서 지난해 743만대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누적 신에너지차 등록 대수는 2041만대다. 이 중에서 순수 전기차는 1552만대로 신에너지차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전력망에너지연구원은 이러한 이유로 올해 전국 전력 소비량이 전년 대비 6.5% 늘어난 9조8000억㎾h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톈펑증권은 “중국의 자동차 전기화는 막을 수 없다”라며 “이는 타이트한 전력 수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안정적인 에너지 부족을 부각할 수 있으며, 전력망의 전체 부하를 증가시키고 배전 시스템의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예년보다 일찍 여름철 전력 업무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시간대별 전기 요금 조정 방안을 확대하는 식이다. 린보창 샤먼대 중국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시간대별 전기 요금 적용 분야와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업계의 보편적 합의 사항”이라며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전력망에 대한 압력을 줄일 수 있어야 안정적 경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