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산 에너지를 아시아로 운반하는 데 하루 동안 드는 운임이 열흘 사이 18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해를 지나는 선박. /로이터

23일(현지 시각)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중동산 에너지를 일본으로 수송하는 데 드는 하루 운임은 이날 8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영국이 후티(친이란 예멘 반군)를 공격한 지난 12일(2만9400달러)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들 유조선은 주로 휘발유·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운반한다. 중동에서 네덜란드로 에너지를 운송하는 데 드는 하루 운임도 12일 4만4800달러에서 이날 7만2800달러로 오른 상태다.

후티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예멘의 후티 근거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다.

홍해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자, 선박들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는 경로를 택하고 있다. 원자재 물류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현재 최소한 6개 원유 유조선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케이플러의 원유 애널리스트 빅토르 카토나는 “도착 지연뿐만 아니라 유조선이 재수송을 위해 복귀하는 항로도 길다”면서 “한번 운송하는 데 90일 가량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엄청난 시간이다. 시장에서 이를 간과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화물 운임 상승에 따라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럽 업체들은 물류 혼란이 없는 미국·브라질 등에서의 수입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물류 혼란으로 천연가스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수요가 크지 않았고, 각국의 재고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해 10월 말, 18.59달러에서 지난 22일 기준 9.41달러로 오히려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