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급망의 중국화, 안정화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중국에서 초고급 의료 장비를 생산하면서 150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했어요. 이런 탄탄한 공급망이 우리 회사와 파트너사의 성장, 그리고 전체 산업의 발전을 함께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 중국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서 만난 미국 GE헬스케어(GEHC)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1986년 중국에 진출한 GEHC는 이번 박람회에서 20여개 중국내 협력사와 함께 부스를 차렸다. GEHC와 함께 자기공명영상(MRI) 의료기기를 제작한 중국 협력사 관계자는 “GECH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다른 파트너사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 중국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의 GE헬스케어 부스./이윤정 기자

중국 상무부 산하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세계를 연결해 미래를 함께 창조하자’라는 주제로 지난 28일부터 닷새간 진행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주요 산업 분야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을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은 공급망 관련 박람회를 세계 최초로 개최했다. 공급망내 중국의 위상을 부각하고,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외국인 투자자를 다시 끌어당긴다는 목적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55개국 515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는데, 이 중 26%는 외국 기업이었다. 특히 미국 기업이 외국 기업의 20%를 차지했다.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 퀄컴, 휴렛팩커드(HP), 아마존, 페덱스, 엑손모빌 등이다. 이날 애플과 퀄컴 부스를 가보니 박람회 주제에 맞춰 공급망 협력사와 함께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특수유리 제조 업체 란쓰커지(藍思科技) 관계자는 “애플 협력사를 대표해 우리의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 중국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의 테슬라 부스. 관람객이 대거 몰려 발디딜 틈이 없는 모습이다./이윤정 기자

미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중국 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박람회를 적극 이용하려는 모습이었다. 테슬라 관계자는 “우리 공급망의 95%는 중국화 돼 있다”며 “지금의 미·중 관계와 상관없이 우리의 제품을 보여주고 싶어 이번 박람회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관계자 역시 “커피산업 전 단계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중국 공급망 내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스타벅스는 중국을 위해 중국에 와 있고, 중국의 발전을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상당수 중국 기업들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neg)이 대표적이다. 샤오펑은 부스 내에 차량 두 대와 도심항공교통(UAM) 한 대 등 총 세 대만 전시해 뒀는데, 공급망이라는 주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였다. 이곳 관계자들은 “(본사가 있는) 광둥성 광저우 지방정부에서 박람회에 참여하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제1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서 단독 부스를 차린 전기차 부품 기업 이지트로닉스./이윤정 기자

한국 기업들 역시 참여가 저조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50개 기업의 제품을 모아 ‘한국관’을 열었는데, 규모는 36㎡(약 11평)에 불과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불참했고, 단독 부스를 차린 한국 기업은 전기차 부품 중소기업인 이지트로닉스가 유일했다. 재중 대기업 관계자는 “이달 초 상하이에서 중국 정부 최대 박람회인 ‘국제수입박람회’에 대부분 기업들이 참여해 공급망 박람회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고 했다.

이지트로닉스의 강찬호 대표는 “우리는 규모의 경제를 이룬 중국 부품을 수입해 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한국에서 인정받은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고 싶어 왔지만, 다른 기업들은 사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정치적 불안함이 여전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코로나19가 끝났으니 중국도 자국 이익과 글로벌 이미지를 고려해 규제만 고집하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첫발을 뗐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