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 파일럿 라인의 배터리셀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서 보조금 규정을 풀면서 투자 유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이차전지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는 독일 정부 보조금 지원 약속에 따라 독일 북부 하이데 지역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BMW·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노스볼트는 앞서 약 1년 전 하이데 공장 건립 계획을 일찌감치 발표했다가 미국 IRA의 투자 인센티브 등을 이유로 독일 사업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었으나, 최근 독일 정부가 1억유로(약 1조4600억원)가량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면서 공장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피터 칼손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정부의 약속에 따라 공장 건립을 위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미 북미 지역 투자를 결정한 노스볼트는 독일, 북미 신규 공장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독일과 함께 EU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도 최근 초대형 배터리 공장 유치에 성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대만 배터리 기업 프롤로지움의 빈센트 양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덩케르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프롤로지움이 첫 해외공장으로 52억유로(약 7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오는 2026년부터 새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 배터리 기업인 SVOLT도 유럽 내 공장을 최대 5곳가량 확장하기 위해 현재 관련 당국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잇달아 EU 회원국에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건 EU가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뒤늦게 보조금 경쟁에 뛰어든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EU는 오는 2025년 말까지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지난 3월부터 시행했다.

기존에 EU 27개 회원국이 자국에 진출한 기업에 보조금을 주기 위해서는 EU 승인을 받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TCTF 시행에 따라 핵심 청정 기술 관련 기업들에 한해 사실상 보조금 빗장을 풀기로 한 것이다.

EU는 또 역외로 투자를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 등 제3국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매칭 보조금’이라는 전례 없는 제도 도입도 결정하는 등 투자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