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운전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통상 자동차 운전을 필수로 여겨왔지만, 최근 Z세대로 여겨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은 운전을 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1997년 미국의 16세의 43%, 17세의 62%가 운전면허를 보유했지만, 2020년에는 16세의 25%만이 운전면허를 보유했다. 17세의 운전면허 보유율은 45%로 감소했다. 1997년에는 20~25세의 90%가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었지만 2020년에는 80%로 줄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운전 자체에 대한 불안, 비용, 환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미국의 Z세대 다수는 운전이 두렵거나 사고를 당할 가능성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평일 도로 . /연합뉴스

자동차 유지 비용 역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올해 전년 대비 약 14% 올라 미국인은 연간 소득의 약 3%를 차 보험료로 사용해야 한다.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중고차와 신차 가격도 올랐다. 이전 세대에 비해 Z세대는 환경 문제를 중요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대화할 수 있어 굳이 운전면허 보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또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전동스쿠터와 자전거, 차량 공유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2018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18~29세 미국인의 51%가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Z세대가 운전면허를 따지 않으려는 생각이 앞으로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결혼하고 자녀를 갖고 도시 밖으로 이사하면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Z세대는 부모 집에서 더 오래 살고 20대 이후에 결혼하는 등 인생의 전통적인 단계에 더 천천히 진입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1980년대 초반과 199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도 지금 Z세대의 나이 때 운전을 덜 했다. 당시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결국 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측했다. 지난해 한 연구에서 밀레니얼이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운전하긴 했지만, 운전 거리가 이전 세대보다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의 탄소 배출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미국에서 운송은 가장 큰 이산화탄소 배출원으로 꼽힌다. 현재 약 6600만 명으로 추정되는 Z세대가 전체 미국인 평균보다 10% 덜 운전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6기(연간 2560t)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