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동안 봉쇄 위주의 방역 조치를 펼치면서 세계 공급망이 흔들렸다. 그 사이 애플, 인텔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애썼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세금 감면, 물류 개선,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을 유혹하면서 중국 대체 공급망의 지위를 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플, 삼성, HP, 델과 같은 거대 기업들은 장기적인 시각에 근거해 운영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공장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했다”며 “시장에선 중국이 너무 늦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했다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중국 북동부의 헤이룽장 성 하얼빈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 / 신화통신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말레이시아에 70억 달러를 투자해 제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애플은 베트남에서 에어팟을 만들기로 했고, 일본 부품기업 무라타는 태국 북부에 90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열 예정이다. 이외에도 신발, 의류, 장난감 제조업체들이 동남아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 인건비가 중국보다 몇 배 더 낮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국제 경제 자문회사 록 크렉의 바바라 위즐 전무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위험을 집중시키지 말 것과 공급망 탄력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며 “미·중 무역 전쟁과 기술 전쟁은 기업이 공급망을 다각화하도록 자극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이 다각화되면서 동남아는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SCMP는 “동남아는 팬데믹 이전부터 제조업체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며 “새로운 인프라와 점점 더 숙련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고 자체적으로 소비할 인구가 많은 것도 매력”이라고 짚었다.

태국 정부는 전기차 조립, 생명 공학, 항공 회사가 위치한 동부 경제 회랑에 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다. 또한 외국 기업에 5~8년 동안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말레이시아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 중이다. 말레이시아의 2021년 외국인 투자유치액은 466억 달러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전자 및 전기 제품이 81.5%를 차지한다. 말레이시아의 전자 제품 제조는 2022년에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베트남은 2021년 섬유·의류 수출시장 점유율에서 2위로 부상하며 중국을 추격 중이다. 현재 미국 나이키와 독일 아디다스의 주요 생산지는 베트남이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석탄, 니켈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전기차 관련 수혜를 볼 전망이다. 2014년부터 이미 경제특구를 지정, 기업들이 공장부지 구매를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2023년 동남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4.7%로 전년보다 둔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4.7% 경제성장률은 보기 드문 수치다. 여기다 KPMG 컨설팅이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급망 재고’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2030년까지 소비 시장이 4조 달러에 달할 세계 4위 경제 지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동남아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낮은 세금과 강력한 인프라 및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SCMP는 “일부 저부가가치 제조업 이외에 특수 제품 제조를 놓고는 동남아가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며 “중국을 놓고 공급망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