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상품 무역 적자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전 세계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유럽연합(EU)의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진 결과다. 여기에 대(對)중국 무역의 적자가 큰 폭을 증가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상징물 앞을 마스크를 쓴 행인이 지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무역 적자는 97억 유로(약 13조1800억 원)로 전년 동월 대비 36.7% 증가했다.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유로존이 사용하는 천연가스와 원유 대부분을 러시아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수급 불균형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EU가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3분의 1이 러시아산(産) 수입 에너지다.

유로존의 무역 수지는 최근 6개월 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에너지 값 급등뿐 아니라 중국과의 무역에서 기록적인 적자를 낸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연구소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수석 연구원은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도 원인이지만,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1년 간 EU의 대중국 상품 수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반면 수입은 53%나 폭등했다. 특히 대중국 무역 적자는 2020년 1923억 유로에서 지난해 무려 36% 늘어난 2489억 유로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영국 등과의 상품 무역 흑자는 소폭 증가했지만,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워낙 커 서방 국가들과의 흑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와의 무역 적자도 2020년 당시 157억 유로에서 1년 만에 692억 유로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에 이어 EU에서 두 번째로 큰 적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천연가스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 유지될 경우 올해 유로존의 GDP가 0.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유로존 내 기업에 대한 에너지 공급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이 0.7% 이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