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공급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우려에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석유 시추 시설.

3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01달러(2.28%) 상승한 배럴당 90.27달러에 마감했다. WTI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WTI는 지난해 50% 넘게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한 달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1.52달러(1.70%) 상승한 90.99달러로 집계됐다.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배경은 원유 공급 부족 우려가 원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원유 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 OPEC+는 회의를 열고 3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는 기존 정책 유지에 협의했다. 미국과 인도 등이 유가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증산을 요구했지만 현상 유지를 택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러시아는 세계의 주요 원유 생산국 중 하나로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원유 시장이 너무 타이트한 만큼 생산에 충격이 가해지면 가격은 치솟을 것”이라며 “이는 곧 유가가 100달러를 향해 달릴 것으로 보인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세는 2~3주 후 국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로 들여오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달 31일 배럴당 88.39달러까지 올랐다. 여기에 원화값 하락이 겹쳐 체감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