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는 이같은 현상은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제프 베이조스(오른쪽)와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WSJ는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스코어’의 발표 내용을 인용, 올해 들어 48명의 CEO들이 자사주 매각을 통해 각각 2억 달러 이상을 현금화했고 전했다. 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내부자 평균거래의 4배에 달한다. 48명의 CEO 중에는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화장품 업계의 억만장자 로널드 로더 등이 포함됐다.

올해 가장 많이 자신의 회사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 사람은 머스크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100억달러(약 11조78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98억50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 상당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월마트를 창업한 월턴가(家)는 61억8000만달러(약 7조2800억원),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가 44억7000만달러(약 5조2700억원)를 각각 매도했다. 이들 4명이 매도한 지분의 금액이 전체 내부자 주식 매도액의 37%를 차지했다.

범위를 넓혀보면 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내부자들은 올 들어 11월까지 모두 635억 달러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2020년 전체와 비교해도 50% 이상 증가한 액수다.

이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팔고 있는 것은 자사 주식의 주가가 고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CEO들은 기업의 내부정보에 정통하기 때문에 고점 매도와 저점 매수 타이밍을 잡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식 투자 이익에 대규모 과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안 통과 이전에 미리 주식을 처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적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여파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연준)도 당초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시중에 있는 자금이 줄어드는 만큼 증시에서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