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의 원재료인 면화값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두 차례나 경신했다. 미국이 중국 정부의 강제 노역 논란이 거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한 면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가뭄과 홍수 등 이상 기온이 복합적으로 겹친 탓이다. 여기에 공급망 경색이 맞물려 의류 업계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5일(현지 시각)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전날 뉴욕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미국산 면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8% 오른 파운드당 1.09달러로 2011년 9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2주 동안 무려 22% 오른 수치다. 앞서 파운드당 1.0155달러까지 치솟은 뒤 1.0003달러에 마감한 지난달 30일 당시 ‘10년 만에 최고치’라는 보도가 잇따른 지 닷새만이다.

중국 정부의 강제노역 및 인권탄압 논란을 빚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의 면화 생산 현장. /신화 연합뉴스

의류 가격도 올랐다. 미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의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했다. 남성용 셔츠와 스웨터는 4.4%, 남성용 바지는 6.6%, 여성용 드레스도 11.9% 이상 올랐다. 업계에선 최근의 면화값 폭등이 의류 가격 상승을 더 부추킬 것으로 보고 있다. 면화값에 유가 및 에너지 가격, 물류 비용 증가 등의 악재가 겹쳐서다. 의류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피하려면 소비자 판매가에 비용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판매가를 높이면 각 분야의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물가 상승이 악화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가뭄과 홍수 등 이상 기후로 옥수수와 밀 등 상품 가격이 올랐지만 미·중 갈등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올해 1월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과 면 관련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가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신장산(産)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제3국에서 가공했더라도 수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2019년 기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면화와 면직물 관련 제품 규모는 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에 따라 중국산 면화 대신 미국산 면화 수요가 폭등했다. 중국 의류 업체들은 최대 수출국이었던 미국 등에 제품을 팔기 위해 신장 면화 대신 미국산 또는 인도산 면화를 대량으로 수입했다. 미 농무부는 미국산 면화의 대중국 수출이 지난 8월 이후 83%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투기성 거래가 증가해 일시적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에너지 선물담당자인 로버트 요거는 CNN비즈니스에 “최근 월가에서 모든 투기꾼들이 면화에 뛰어들었고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으로부터 미국산 면화 수요가 폭등한 것 사실”이라며 “자칫 대중국 견제 정책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