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중국 1호 공모펀드에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각)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출시한 ‘블랙록 차이나 뉴 호라이즌 혼합 증권 투자 펀드’가 지난주 5일 동안 중국 본토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11만1000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조성된 금액은 10억 달러에 달해 모금 상한선의 80%를 넘겼다. 이에 따라 당초 10영업일 동안 진행 예정이던 청약은 5일 일찍 마감됐다.

해당 펀드는 중국 신에너지, 소비, 디지털 경제, 교육·의료·양로, 과학기술 및 첨단 제조업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블랙록은 앞서 지난 3월 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모펀드 관리 라이선스 등록도 취소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 고객을 위한 뮤추얼 펀드를 중국에 출시한 것은 블랙록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외국 자산운용사들의 시장 접근을 제한했지만 지난해 초 체결한 미·중 무역협정의 일환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뮤추얼 펀드를 판매하는 미국 자산 운용사에 대한 제한을 폐지했다.

블랙록의 중국 투자자용 공모펀드 판매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중국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공모펀드 판매 예비 승인을 받았고, 누버거버먼과 반에크 또한 중국 공모펀드 운영 승인을 얻기 위해 규제 심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소로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글로벌 자본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지난 6일 WSJ에 보낸 기고에서 “블랙록은 고객의 돈에 대한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환경, 사회, 거버넌스 운동의 리더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영기업과 민영기업을 구분짓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시 주석 정권은 모든 중국 기업을 국가의 도구로 간주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폐쇄된 중국의 금융시장에 진입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블랙록 경영진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지금 중국에 수십억달러를 쏟아 붓는 것은 비극적인 실수”라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특히 시 주석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공동 부유’ 기조가 “외국 투자자들에게 결코 좋지 않은 징조”라고 강조했다. 공동 부유는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위한 초석으로, 시 주석 입장에선 독립적인 권력을 행사할 만큼 부유한 모든 실체를 무력화할 필요가 있어서 진행하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소로스는 그러면서 “블랙록은 자사 고객에게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및 기타 민주주의 국가의 국가안보 이익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블랙록의 최근 행보가) 과거엔 양국간 가교 역할이라는 주장과 함께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이 각각 억압과 민주주의라는 두 체제 하에 생사를 걸고 충돌하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