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족에 미국의 제재로 인한 경제 위기까지 겹친 쿠바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경제제재로 유통되는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궁여지책으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쿠바 특수부대원들이 수도 아바나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쿠바 중앙은행(BCC)은 이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관련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쿠바 정부는 “사회경제적 효용에 따라 암호화폐 결제를 허가한다”며 “국가가 암호화폐의 운영 상황에 대해 통제할 수 있으며 불법적인 행위는 금지된다”라고 설명했다고 CNBC는 전했다.

쿠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시 대(對)쿠바 경제봉쇄 조치와 더불어 동맹국인 베네수엘라의 원조 급감과 수출 감소로 달러 사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미국 당국이 쿠바로의 송금을 금지하자 규제망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로 송금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상당히 통용되는 상황이다.

쿠바는 풍부한 의료 인력과 강도 높은 봉쇄정책 덕분에 코로나 사태 초기 방역 청정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서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제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화이자, 모더나 등 해외 주요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쿠바는 현재 자체 개발한 백신 ‘소베라나02’와 ‘압달라’로 전국민 접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000여 명대였지만 최근 1주일 평균 약 9000명으로 폭증했다. 의약품과 식량 부족, 잦은 정전까지 겹치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사회주의 의료 강국을 표방한 쿠바는 지난해 자체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고 선전하며 이웃 국가에도 일부 나눠줬지만, 백신의 실제 코로나 예방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1일에는 수도 아바나에서 산티아고에 이르는 쿠바 전역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백신 부족과 경제난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의약품과 식량 부족, 잦은 정전 등에 분노한 시위대는 “백신을 달라”, “굶주림을 끝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쿠바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독재 타도”,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10년 동안 쿠바를 연구해 온 므날리니 탱카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쿠바는 달러를 확보하는 방법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결세 수단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쿠바에서 암호화폐 채택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7일부터 비트코인이 달러와 더불어 법정통화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