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가 8월 10일 스마트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샤오미

중국 스마트폰·전자제품 제조사 샤오미(Xiaomi)가 중국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딥모션(DeepMotion·深动科技 선둥커지)을 인수했다. 샤오미는 올해 3월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후, 대대적 채용에 나서며 자동차 회사로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샤오미가 상당 수준의 자율주행 성능을 갖춘 전기차를 준비 중이란 관측이 나온다.

샤오미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25일, 딥모션을 7737만 달러(약 905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딥모션은 2017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창업 4년차 회사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같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차이루이 최고경영자(CEO), 리즈웨이 최고기술책임자 등 딥모션 공동 창업자 4명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시아연구소 출신이다. 이들은 MS에서 딥러닝과 입체 시각 부문 연구를 주로 하며 이미지 이해 관련 알고리즘 기술을 축적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딥모션에서 고해상 지도 제작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샹 샤오미 총재는 “자율주행 기술은 스마트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딥모션은 자율주행 영역에서 강한 연구개발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인수로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레벨 4는 운전자가 없이 인공지능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단계다. 린스웨이 샤오미 최고재무책임자는 “현재 팀을 꾸리는 단계로, 예상보다 진전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중국 샤오미 매장. /샤오미

샤오미는 앞서 3월 스마트 전기차 제조 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샤오미 공동 창업자인 레이쥔 CEO가 전기차 자회사의 CEO를 겸해 개발·제조를 총괄한다. 샤오미는 앞으로 10년간 스마트 전기차 개발에 100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며, 그중 일차로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레이쥔은 “샤오미는 1080억 위안(약 19조5000억 원)의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며 “샤오미 자동차를 만들 자금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후 샤오미는 엔지니어 500여 명을 채용하며 전열을 갖췄다. 샤오미 본사가 있는 베이징에 전기차 부문 본사와 첫 공장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쥔은 스마트폰에 주력하던 창업 초기부터 전기차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2013년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를 찾아가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만나기도 했다. 2015년엔 그가 창업한 투자사 순웨이캐피털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웨이라이)에 투자했다. 2019년 샤오미는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모터스에 4억 달러 규모 투자를 주도했다.

레이쥔은 최근 4개월간은 창안, 광치, 상하이자동차-GM-우링, 창청, 둥펑, 보쉬, CATL(닝더스다이) 등 완성차 회사와 부품사를 잇따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체 제몐은 “현재 샤오미의 스마트 자동차 제조 산업 사슬이 구성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