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쿠바가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 6일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미국의 경제제재 항의 시위에 참석한 쿠바 국민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쿠바 정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법적으로 민간 중소기업의 설립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제 민간에서도 통신, 에너지, 언론 등 일부 전략 업종을 제외한 분야에선 직원 100명 이하의 사업체를 세울 수 있게 된다.

국영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공산국가 쿠바는 그동안 더디게 진행됐던 경제 개혁·개방의 속도를 최근 부쩍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미국의 경제 제재 강화 등의 여파로 생필품 부족과 전력난 등 경제 위기가 심화하며 민간을 통한 경제 활성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쿠바 당국은 지난 2월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127개 업종에서 2천 개 업종으로 대폭 확대했다.

쿠바는 이달 초만 해도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000여 명대였지만 최근에는 9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의약품과 식량 부족, 잦은 정전까지 겹치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사회주의 의료 강국을 표방한 쿠바는 지난해 자체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고 선전하며 이웃 국가에도 일부 나눠줬지만, 백신의 실제 코로나 예방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는 수도 아바나에서 산티아고에 이르는 쿠바 전역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백신 부족과 경제난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의약품과 식량 부족, 잦은 정전 등에 분노한 시위대는 “백신을 달라”, “굶주림을 끝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쿠바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독재 타도”,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이날 시위 현장을 찾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을 향해 일부 젊은 시위대는 “두렵지 않다”고 외치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민간 중소기업 설립 허용은 쿠바 민간 사업자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이다. 현재 쿠바 전체 노동자의 13%인 60만 명가량이 민간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데 대부분 식당 주인, 택시 기사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이 직원을 고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금까진 기업체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은행 대출 등에서 여러 제약이 있었다.

쿠바 전문 컨설턴트 오니엘 디아스는 AFP에 “이번 조치는 쿠바인들이 몇 년간 열망해온 ‘전환점’이라며” “쿠바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매우 큰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