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태양광 패널 상당수가 대규모 석탄 발전에 의존한 중국산 부품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친환경을 위한 태양광 발전이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염원을 배출하는 산업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역설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산 의존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WSJ가 이날 언급한 부품은 폴리실리콘이다. 태양광 패널은 폴리실리콘을 웨이퍼로 만들고, 웨이퍼를 가공한 셀(태양전지)을 이어 붙여 패널로 조립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중국은 이 부품의 전 세계 공급 물량 75~80% 이상을 도맡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인구가 적은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를 대거 세우고 탄소 배출 규제를 완화해 자국 업체들이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로비 앤드루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WSJ에 “중국 업체들이 석탄을 손쉽게 쓸 수 없었다면 태양광 발전 비용은 지금처럼 싸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징코솔라의 패널을 사용한 베트남 태양광 발전소. /징코솔라

WSJ는 각국이 태양광 발전에 있어 중국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인권 탄압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고 짚었다. 보리협흠에너지·다초뉴에너지 등 중국 업체들은 신장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쓸뿐만 아니라 이곳 주민들을 헐값에 동원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구르족은 정부가 지원하는 ‘소수민족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집단 수혈이 가능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등은 해당 프로그램이 위구르족을 원래 살던 곳에서 몰아내기 위한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국가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프랑스의 경우, 태양광 패널의 탄소 함량을 제한하고 대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추진시 저탄소 패널만 쓰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 6월 위구르족 강제 노역 제재 일환으로 신장에서 만들어진 태양광 패널 수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현재 27개 회원국에서 판매되는 태양광 패널의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이같은 규제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각국의 규제가 늘수록 관련 부품들의 단가가 오르면서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7월 15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양광 산업은 서방 국가들이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2035년까지 메릴랜드주 크기의 국토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겠다는 방침이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각국 지도자들도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목표로 관련 사업 지원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컨설팅업체인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미국과 유럽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각각 48%, 34% 급증한 상태다.

환경보호를 위해 각국이 내놓은 정책은 석탄 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졌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호주산 발전용 석탄 가격은 이달 들어 지난 1월보다 세 배 가까이 오르며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석탄 가격도 1년 만에 세 배가량 상승해 1일 기준 t당 150달러(약 17만271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