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투자했다가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당국의 권고에도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에 연이은 철퇴를 내린 여파 때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비전펀드는 디디추싱의 최대주주 중 하나로, 2019년 118억달러(약 13조6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0.1%를 획득했다. FT에 따르면, 이 지분의 가치는 현재 78억달러(약 8조9900억원)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FT는 “디디추싱의 주가는 규제 문제가 해결되면 회복할 수 있겠지만 애널리스트와 변호사들은 (진행 중인) 수사가 조속히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이달 초 디디추싱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공식 조사에 착수하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퇴출시켰다. 지난 7일에는 디디추싱에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50만위안(약 8800만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지난 16일엔 CAC 등 7개 부처가 디디추싱 본사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에 디디추싱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뉴욕증시에서 43% 급락했다. 이와 관련,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디디추싱이 상장 전에 감독당국과 수차례 소통했지만 경고를 외면하고 상장을 강행했다”며 “베이징 고위층이 격노했다”고 전한 바 있다.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가외환국 등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디디추싱을 상대로 공동 웨탄(約談)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탄은 예약 면담이라고도 불리며,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질책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데 주로 쓰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후 웨탄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은 미 증시 상장 자국 기업들이 미 회계기준을 따를 경우 자국 소비자들의 정보가 미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보고 상장을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