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스폰서 기업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 속에 열리는 탓에 23일 개회식에 참석 예정이던 스폰서 기업 대표들의 불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교도통신과 닛케이 아시아 등 일본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까지 최고위 스폰서인 도요타자동차와 NTT, NEC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개막식 불참 입장을 밝힌 데 이어 20일에는 파나소닉이 유키 쿠스미 사장의 개막식 불참을 발표했다. 다만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회장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회장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 겸 사장은 대회 조직위 명예회장을 맡아 개회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폰서 기업인 일본 정보통신 기업 후지쓰는 회사 간부들의 개회식 참석 및 경기 관전 계획까지 전면 백지화했다. 후지쓰 측은 “무관중 개최 결정에 따라 스폰서 기업의 티켓 구매권을 행사해 고객을 초대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며 그에 따른 대응이라고 밝혔다. 일본항공(JAL)도 참석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불참 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개·폐회식이 열리는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을 포함한 대부분 경기장의 무관중 원칙을 정했지만 스폰서 기업 대표는 일반 관중의 범위에 들지 않아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속 올림픽 개최 강행에 대한 일본 내 반대 여론이 강한 상황이어서 최고경영자(CEO)가 개막식에 참석할 경우 기업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스폰서 기업들의 불참 결정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후원하는 일본 스폰서 기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직접 계약을 맺은 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 브리지스톤 등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3곳을 포함해 총 71개 사다. 월드와이드 파트너를 제외한 나머지 68곳은 지원액에 따라 골드 파트너(15곳), 오피셜 파트너(32곳), 오피셜 서포터(21곳)로 나뉜다. 교도통신은 NEC와 캐논 등 골드파트너 기업은 회사별로 150억엔 정도의 후원료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거액의 비용을 부담해 쉽게 광고 방영권을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은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광고를 놓고 엇갈린 대응을 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날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의 개회식 불참과 함께 올림픽 관련 일본 내 TV 광고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NEC, 캐논, 노무라홀딩스 등은 이미 준비한 TV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는 자국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광고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