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뉴포트웨이퍼팹(NWF)이 중국계 자본에 넘어갈 전망이라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영국 웨일스 남부 뉴포트에 있는 뉴포트웨이퍼팹(NWF) 클러스터. /NWF

CNBC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는 이번주 중 NWF를 6300만파운드(약 98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중국 모바일 단말기 제조회사인 원타이과기(聞泰科技)가 지분 98.2%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계 자본’으로 분류된다.

제일재경 등 중국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서 복합 반도체 부문은 빠졌다. 해당 부문은 NWF의 지배주주인 드루 넬슨 최고경영자(CEO)가 분할해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넬슨 CEO는 이와 함께 ‘뉴포트 웨이퍼 팹’ 이름 사용도 허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대상으로 지목된 NWF는 영국 웨일스 남부 뉴포트에 있는 비상장사다. 1982년 설립됐으며 영국 내 몇 안 되는 반도체 제조업체 중 한 곳이다. 넥스페리아 측 대변인은 보도 내용과 관련해 “NWF, 웨일스 자치정부와 NWF의 미래에 관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서도 “어떤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는 언급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타이과기는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수입은 519억위안(약 9조690억원)으로 전년대비 24.4% 증가했다. 이익은 같은 기간 92.7% 늘어난 24억1000만위안(약 4200억2300만원)으로 나타났다.

넥스페리아는 지난 17일 향후 12~15개월 동안 유럽의 웨이퍼 공장, 아시아 테스트 공장, 글로벌 연구개발(R&D)에 7억달러(약 79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원타이과기 로고. /원타이과기

이번 인수 계약은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속에서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NWF는 자동차 산업의 파워서플라이 애플리케이션에 주로 사용되는 실리콘 칩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반도체 공급난 속 가장 물량이 부족한 분야가 차량용 반도체 분야다.

제일재경은 “원타이과기는 올해 차량용 실리콘 인증 테스트를 거쳐 양산을 완료했고 GaN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FET) 제품군을 올해 말이나 내년에 선보일 것”이라며 “NWF 인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원타이과기는 자동차 산업에서 더욱 강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정치권에선 중국 자본에 자국 반도체 기업이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 영국 집권 보수당 내 중국연구그룹의 대표 겸 하원 외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톰 투겐트하트 의원은 기업부에 서한을 보내 “NWF는 200㎜ 실리콘과 반도체 기술 개발, 가공 설비 측면에서 영국을 이끌고 있다”며 “중국 기업에 인수되면 심각한 경제·국가안보 위협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반도체 굴기(崛起)를 내세우며 반도체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 대형 법률사 ‘캐튼 뮤신 로즌먼’과 반도체 산업 자문사인 ‘JW 인사이츠’가 지난달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정부 투자, 벤처캐피탈, 채권금융,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총 1400억위안(약 24조4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커촹반(科創板·중국판 나스닥)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한 반도체 설계업체 룽손테크는 상장신청서에서 2019년 9190만위안(약 160억5300만원), 2020년 2880만위안(약 50억30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당해 순이익의 44.9%와 29.9%를 차지하는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