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미국 기업들이 고용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신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기업들이 이직하려고 사표를 내는 기존 직원들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대형마트 앞에 구인 광고가 붙어 있다. /트위터 캡처

WSJ는 미 노동부의 최근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4월 이직률은 2.7%로 지난 2000년 이후 최고수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1년 전 이직률은 1.6%였다.

이직률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경기 침체기에는 이직률이 낮아지고, 활황기에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금융기업 푸르덴셜이 최근 노동자 2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1이 조만간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WSJ은 미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승진이나 임금 인상 등의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인난으로 비어있는 일자리를 채우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까지 떠난다면 경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원을 고용할 경우 교육 등에 드는 시간과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기존 직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도 이직률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로 상당수의 노동자가 재택근무를 하게 됐고, 혼자 일하는 시간이 증가한 만큼 자신의 경력과 미래에 대한 고민도 늘었다는 것이다.

경제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금으로 지갑이 두둑해진 기업들이 적극적인 구인에 나선 것도 이직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백신 접종과 함께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는 미국의 일자리 시장에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다. WSJ는 특히 제조와 요식, 레저 등의 업계에서 구인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미국 기업의 채용공고는 930만 건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