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TSMC.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애플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를 위해 코로나 백신 구하기에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아이폰·맥북 등 주요 제품용 반도체 공급을 사수하기 위해 TSMC 직원들이 맞을 백신 확보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미 주요 생산 거점인 인도·베트남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해외 공급망에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지역 감염이 약 8개월간 없었던 대만에선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해 비상이 걸렸다. TSMC 직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대만 내 코로나 확산은 가뜩이나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에 추가 타격을 줄 것이란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애플, TSMC 직원용 화이자·모더나 백신 구하는 중”

나인투파이브맥 등 애플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부 매체는 최근 “애플이 반도체 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해 TSMC가 백신을 구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예방 백신을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실제 TSMC 직원용 백신 확보에 나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TSMC가 애플의 핵심 반도체 공급사이기 때문이다. TSMC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들어 애플의 신임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로 성장했다. TSMC는 현재 아이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애플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CPU(중앙처리장치)인 M1 칩 등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애플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 스토어. /김남희 특파원

애플은 주요 제품 위탁 생산 회사의 인도·베트남 공장 생산 중단으로 이미 타격이 큰 상황이다. 인도에선 매일 수십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고 베트남에서도 감염이 급속 확산 중이다. 앞서 애플은 중국 생산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에서 인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생산 기지를 다각화했다.

폭스콘의 인도 공장에선 얼마 전 직원 1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공장의 아이폰12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베트남 정부는 폭스콘과 중국 럭스셰어에 베트남 북부 공장 임시 폐쇄를 명령했다. 폭스콘은 이 공장에서 아이패드·맥북을, 럭스셰어는 에어팟(무선 이어폰)을 생산한다. 공장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운영이 완전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대만, 코로나 급속 확산 속 백신 부족

대만에선 15일부터 확진자 수가 갑자기 세 자릿수로 늘었다. 그동안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던 대만 국민이 뒤늦게 백신을 맞겠다고 나섰지만, 현재 백신이 거의 없어 일반인 접종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만 인구 2300만 명 중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2% 미만이다. 대만 정부는 미국 모더나 505만 회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회분, 코백스(국제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그램)를 통한 미지정 백신 476만 회분 등 약 2000만 회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이 중 지금까지 대만에 전달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30만 회분이 전부다. 대만 정치권이 다른 나라들에 세계 공급망 안정을 위해 대만이 백신을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백신 확보 분량이 적은 편이다.

대만 보건장관은 25일 “6월에 200만 회분의 백신이 들어오고 8월 말에 1000만 회분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8월에 공급된다는 1000만회 분엔 대만이 자체 개발한 백신도 포함될 예정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자체 개발 백신이 공급될 때까지 백신 접종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