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금융 개혁을 주도하는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아들이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JD)닷컴과 텐센트 등 중국 정보기술(IT) 대기업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19년 10월 20일(현지시각)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에서 징둥 닷컴 부스.

류 부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50년 지기 친구이자 경제 ‘책사’ 노릇을 하는 최측근으로 경제·금융 개혁을 주도하며 ‘칼자루’를 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아들이 징둥과 이해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알리바바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배경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류 부총리의 아들인 류톈란은 지난 2016년 설립된 중국 투자회사 스카이쿠스(Skycus) 캐피털의 의장을 맡았다. 그는 류 부총리가 25인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위원에 발탁되기 6개월 전인 2017년 4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1년 뒤인 2018년에는 자신이 가진 지분을 모두 스카이쿠스의 다른 이사에게 양도했다. 스카이쿠스는 중국 IT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해온 투자사다.

지난 2018년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의 물류 자회사 징둥 로지스틱스에 7000만달러(약 790억원)를, 이듬해인 2019년에는 징둥닷컴 헬스케어 자회사인 징둥 헬스케어에 4000만달러(약 452억원)를 투자했다.

스카이쿠스는 징둥닷컴 핀테크 자회사인 징둥 테크놀로지에도 투자했지만 정확한 시기와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징둥닷컴 측에만 최소 1억1000만 달러(약 1246억원)를 쏟아부은 셈이다. 스카이쿠스는 이밖에도 지난 2018년 텐센트 뮤직에 500만 달러, 중국 물류사인 데쿤 로지스틱스에 7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징둥의 최대 라이벌이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제재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지난해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로 지목되고 있지만, 류 부총리가 경제·금융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그의 아들의 이같은 행보와 관련성에 대한 의혹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FT는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제재로 전자상거래 경쟁사인 징둥닷컴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며 “알리바바의 핀테크 경쟁사인 텐센트도 일부 수혜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례는 중국 공산당 고위직의 자녀들인 ‘태자당’이 사회적 감시의 눈에도 여전히 ‘암약’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업계 고위 임원은 FT에 “태자당은 눈에 쉽게 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극도로 (언행을) 조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