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6일 KBO(한국야구위원회·Korea Baseball Organization)의 올 시즌 누적 관중이 1002만4140명을 기록했다. 565경기 만이다. 1000만 관중을 587경기 만에 달성했던 지난해 기록을 22경기나 앞당긴 역대 최단 기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 체제에서 벗어나 2024년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뒤 3년 연속이다.
# 열기는 야구장 밖에서 수치로 나타났다. CJ온스타일이 2026년 4월 내놓은 KBO 10개 구단 협업 굿즈는 출시 첫날 주문액이 목표 대비 333%를 달성했고, 출시 나흘 만에 누적 2만5000개가 팔렸다. '일상 속 우승 기원'을 콘셉트로 한 굿즈는 핸드타월·피크닉 매트·스카프 등 12종으로 구성됐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야구 굿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53% 증가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6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최근 프로야구 인기를 체감한다고 답했으며, 야구에 관심이 없는 응답자 중에서도 49%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상 첫 13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한 프로야구가 국내 스포츠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 프로야구 관람객의 소비가 만들어낸 경제적 파급효과를 1조1121억원으로 추산했다. 관람객이 쓴 돈이 식음료·교통·유통 등 연관 산업의 생산을 얼마나 끌어냈는지 계산한 값, 즉 생산 유발액이다. 이 가운데 임금과 이윤처럼 새로 생긴 소득만 따로 추리면, 4653억원(부가가치 유발액)이고, 직간접으로 생겨난 일자리는 9569명분(취업 유발 인원)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어떻게 매출이 되고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국내외 구단 경영진과 스포츠 경제학자 인터뷰를 통해 짚었다.
Her Fandom관중 10명 중 6명이 여성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집계에서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 중 여성 비율은 56.7%로, 남성을 앞질렀다. 20대 온라인 예매자만 보면 여성이 63.6%다. 2030 세대 관중 비중도 66.4%로, 남자프로농구(62.9%)와 프로축구(54.2%)를 웃돈다. 관람에 3만~9만원을 쓸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 역시 프로야구가 61.4%로 가장 높았다. KBO 팬 성향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시즌 평균 굿즈 지출액은 23만7000원, 30대 여성은 27만3000원으로 전체 관람객 평균(23만5000원)을 웃돌았다. 지갑을 여는 젊은 여성 관중이 리그 매출을 올리는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도 같다. 김종호 롯데자이언츠 경영부문장은 "여성 관중 비율이 전년도 53%에서 올해 55.1%로 올랐다"며 "소비 패턴도 가성비 중심에서 경험의 질 중심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Immersive Experience팀 굿즈, 프리미엄 좌석이 만드는 매출
야구에 대한 몰입은 야구팀 굿즈 매출로도 이어졌다. 크림에 따르면, 지난 1~5월 한화이글스 굿즈 거래액이 지난해보다 296배 뛰었다. SSG랜더스와 두산베어스 굿즈 거래액도 각각 26배, 14배 증가했다. 유니폼과 포토카드를 모으고 협업 상품을 사들이는 행위 자체가 관람 경험의 일부가 된 것이다.
구단은 야구 경기 외 재미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롯데자이언츠는 2016년 KBO 최초로 유니폼에 만화 캐릭터를 넣었고, 이후 캐릭터 협업은 리그 전체의 흥행 공식이 됐다. 아울러 프리미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가장 비싼 에비뉴엘석(주말 15만원)과 중앙테이블석(최대 6만6000원) 점유율은 99%를 넘지만, 외야석(최대 1만2000원)은 85% 수준이다. 다양한 구단이 스카이박스와 테이블석처럼 좌석 등급을 나누고 유료 멤버십 선예매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Takeout Culture티켓값보다 큰 식음료
2024년 프로야구 관람객의 직접 소비 5563억원 가운데 티켓값은 1964억원이었다. 식음료는 2574억원으로 그보다 컸다. 티켓을 구매하는 데 드는 돈보다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돈이 많다는 얘기다. 비씨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잠실야구장의 식음료·편의점 매출은 2년 전보다 30.6% 늘었고, 수원KT위즈파크의 식음료 매출은 같은 기간 180% 증가했다.
노시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 특성에서 이유를 찾는다. "공수 교대와 이닝 사이에 여유가 있어 관람객이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스포츠 경기장과 달리 경기를 보며 자유롭게 음식을 섭취하고 즐기는 경험 자체가 누적되면서, 재방문율과 객단가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Rights for Broadcasting20억에서 900억… 45배 뛴 중계권료
2006~2013년 연평균 20억원 수준이던 유무선 야구 경기 중계권료는 2014~2018년 93억원, 2019~2023년 220억원으로 올랐다. 2024년부터 3년간은 CJ ENM이 연평균 450억원에 가져갔고, 2027~2031년 계약은 연 900억원 규모다. 20년 새 45배가 됐다.
광고로 손익을 맞추던 계산법이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중계권을 구독자를 붙잡아 두는 플랫폼 자산으로 본다. CJ ENM이 40초 미만 경기 영상의 소셜미디어(SNS) 활용을 열어준 뒤 숏폼이 퍼졌고, 이것이 다시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스테펀 시맨스키 미국 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이 흐름이 1990년대 초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을 독점하며 폭발적 성장을 끌어낸 구조와 같다고 봤다. 과거 무료 방송이 광고 수익을 노렸다면, OTT에 라이브 중계는 가입자 이탈을 막는 가장 강력한 독점 자산이라는 것이다. 특히 야구는 거의 매일 경기가 열려 구독 유지 효과가 압도적이고, 플랫폼 간 경쟁이 이어지는 한 중계권료 우상향 기조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Urban Economy담장 밖으로 번지는 7143억원
야구 경기 경제 효과는 구장 담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서 생산 유발액 1조1121억원 가운데 7143억원이 연고지에 남는다. 새로 생긴 일자리 9569명분 중에서 7254명분이 지역 몫이다. 한국관광공사 분석에서 야구 경기 당일 숙박 예약은 경기가 없는 날보다 정규 시즌의 경우 13.9%, 포스트시즌의 경우 41.3% 더 많았다. 비수도권은 증가 폭이 수도권의 4.2배였다. 야구장 하나가 도시 상권을 통째로 흔든다는 얘기다.
일본은 아예 구장을 도시 개발로 설계했다. 2023년 문을 연 홋카이도 볼파크 F빌리지(이하 F빌리지)는 지난해 방문객 459만 명을 기록했는데, 절반 이상이 경기가 없는 날 찾은 사람이다. 2025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매출은 310억엔(약 2800억원), 사업 이익은 54억엔(약 490억원)이다. 이토 나오야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 사업본부 부본부장은 "경기일과 무관하게 1년 내내 팬과 시민이 찾아오는 콘텐츠 공간을 설계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은 F빌리지가 홋카이도 전역에 미치는 경제 효과를 연 1000억엔(약 8610억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런 수치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앤드루 짐벌리스트 스미스칼리지 경제학 석좌교수는 "가계의 여가 예산은 정해져 있다"며 "야구장에서 쓴 돈은 그 도시의 식당과 극장, 볼링장에서 쓰지 않은 돈"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소비 총액이 느는 것이 아니라 소비처만 바뀌는 대체효과, 구단주와 선수에게 흘러간 돈이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누출 효과가 겹친다는 것이다.
New Revenue Stream모기업 의존도 40%→25%
구단의 신수익원이 자리 잡으면서 모기업 의존도는 낮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감사보고서 기준 KBO 10개 구단 총매출은 2020년 4425억원에서 2025년 7795억8000만원으로 늘었다. 매출에서 모기업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0%에서 2025년 25%로 낮아졌다.
롯데자이언츠는 지난해 영업이익 165억6000만원으로 10개 구단 1위에 올랐고, 두산베어스(87억1000만원)·키움히어로즈(85억1000만원)·SSG랜더스(49억3000만원)·NC다이노스(4억7000만원)까지 절반이 흑자를 냈다. 롯데자이언츠의 모기업 의존도는 2015년 59.4%에서 지난해 26.2%로 떨어졌다.
남은 과제는 자생의 지속성이다. 노 연구위원은 "야구장을 쇼핑·외식·공연·관광이 결합한 지역 문화·여가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민간 자본과 국비를 함께 활용해 지자체 부담을 줄이면서 구단에는 장기 운영권과 수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짐벌리스트 교수는 반대편의 비용을 상기시킨다. 1980~90년대 1억5000만달러(약 2067억원) 수준이던 미국의 경기장 건설비는 현재 10억~50억달러(약 1조3780억~6조8900억원)로 뛰었고, 그 상당액은 여전히 공공이 부담해 결국 야구 팬뿐만 아니라 납세자에게 청구서가 돌아올 것이라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