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자이언츠는 '야구 이외의 재미'로 사직구장(부산사직종합운동장 사직야구장) 문턱을 낮춰왔다. 2016년 KBO(한국야구위원회·Korea Baseball Organization) 최초로 선수 유니폼에 만화 캐릭터를 그려 넣고, 매년 구장 광장에 대형 캐릭터 조형물을 세우고 전시회를 열어 어린이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여기에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현장 판매용 좌석을 별도로 확보하는 제도(KBO 최초), 부산시 초·중·고를 찾아가는 '티볼 아카데미'와 '응원 문화 체험', 초등학교 입학생 전원에게 학용품을 선물하는 '본투비 자이언츠'까지 더해지며 롯데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다.
롯데자이언츠는 2025년 영업이익 165억6000만원으로 KBO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랐다. 두산베어스(87억1000만원), 키움히어로즈(85억1000만원), SSG랜더스(49억3000만원), NC다이노스(4억7000만원)를 크게 앞선 성적이다. 모기업 의존도 역시 2015년 59.4%에서 2025년 26.2%로 떨어졌다.
김종호 롯데자이언츠 경영부문장은 "프로야구 비즈니스의 모든 부가가치는 오프라인 공간에 팬이 모이는 접점에서 시작된다" 며 "야구장에서 타인과 함께 호흡하는 유대감과 다채로운 먹거리·볼거리가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축적될 때 자연스럽게 재방문율과 객단가가 동반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KBO 10개 구단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다. 롯데자이언츠 내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경영지표(KPI)는 무엇인가.
"최우선 핵심 지표는 '모객(관중 수)'이다. 프로야구 비즈니스의 모든 부가가치는 오프라인 공간에 팬이 모이는 접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충분한 모객이 뒷받침되어야 상품 및 식음료(F&B) 매출로 이어지는 연계 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야구장에서 타인과 함께 호흡하는 유대감과 다채로운 먹거리·볼거리가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축적될 때 자연스럽게 재방문율과 객단가가 동반 상승하므로, 모객을 구단 비즈니스의 기초로 설정하고 있다."
최근 여성 팬 유입 등 관중 구성 변화가 두드러진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팬층의 변화와 소비 패턴의 특징이 있다면.
"현장과 데이터 모두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된다. 여성 비율이 해마다 늘어 전년도 53%에서 올해는 55.1%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하며 우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 관중 비중이 50%를 넘어가는 추세다. 소비 패턴도 '가성비' 중심에서 '경험의 질' 중심으로 이동했다. 티켓 예매 오픈 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좌석이 먼저 매진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가격이 높은 에비뉴엘석(주말 15만원)이나 중앙테이블석(최대 6만6000원)은 점유율이 99% 이상인 반면, 외야석(최대 1만2000원)은 85%대 수준이다. 팀 굿즈 매출은 기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고, F&B 매출도 세 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아울러 티켓 예매 오픈 시점을 2주 앞당겨 더 많은 관람객이 개인 일정에 맞춰 여유 있게 방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니폼 캐릭터 협업, 광장 페스티벌 등 '야구 외적 재미'를 구장 안팎에 심는 데 집중해 왔다. 이러한 시도의 배경과 방향성은.
"2016년 도라에몽 협업 당시만 해도 유니폼은 일종의 '성역'이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야구 말고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없을까' 고민 끝에 캐릭터 전시를 열었고, 경기가 없는 날에도 가족들이 피크닉을 즐기러 오는 것을 보며 확신을 얻었다. 이를 유니폼으로 확장한 시도는 일본 매체에도 소개될 만큼 반향이 컸다. 구단의 비즈니스 정체성을 '팬 경험 제공'으로 완전히 전환한 결과다. 저가형 유니폼을 전 관람객에게 선물하거나, 경기 후 불꽃놀이·콘서트를 열고, 천연 잔디 위에 특수 무대를 띄워 2만5000명 규모의 팬 페스티벌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더라도 팬이 구장에 머무는 매 순간을 감각적이고 특별한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팬덤 록인(lock-in)의 핵심이다."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전 세대 팬덤 구축' 활동도 활발한데.
"'어린 시절의 야구장 경험이 평생 팬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과 연계해 티볼 아카데미(연간 120회), 응원 문화 체험(연간 20회)을 정례화했고, 부산 초등학교 입학생 전원에게 학용품을 선물하는 본투비 자이언츠나 고교생 간식 이벤트 '스쿨어택'을 꾸준히 펼쳐왔다. 야구 규칙은 몰라도 '사직구장은 즐거운 놀이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다. 반대로 고령층 팬의 소외를 막기 위해 KBO 최초로 '디지털 취약 계층 현장 티켓 판매제'를 도입해 세대 간 단절이 없는 팬덤을 만들고자 했다."
롯데그룹이라는 유통 기반이 있는 구단이라는 점은 다른 구단과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다고 보나.
"온·오프라인 채널을 두루 갖춘 그룹 시스템을 구단 인프라로 즉각 이식할 수 있다는 점은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구단 공식 온라인 상품 판매는 그룹 플랫폼인 '롯데온'을 통해 단독 전개 중이며, 2025년부터 구단 IP를 세븐일레븐과 결합해 다양한 편의점 식품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펩시·클라우드 브랜딩을 사직구장 현장 경험과 결합하고, 여름 대형 페스티벌을 공동 기획하는 등 그룹 유통망과 브랜드를 구단 수익 다각화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직구장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과제와 롯데자이언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근본적인 기반은 '쾌적하고 안전한 관람 환경'이다. 경기당 2만 명 이상의 관중이 3시간 이상 머무는 공간인 만큼, 콘텐츠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도 잘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빠른 트렌드 변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관심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저변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쾌적한 하드웨어 위에 저변 확대가 조화를 이룰 때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 사직구장의 경기 유무가 인근 상권의 유동 인구와 매출에 직결될 정도로 파급력이 큰 만큼, 롯데자이언츠는 단순한 스포츠팀을 넘어 '부산의 핵심 문화 인프라'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프로야구 구단은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연고 도시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상을 채우는 팬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Plus Point
유니폼에 얹은 캐릭터, 야구 구단, 협업 열풍
2016년 롯데자이언츠가 KBO 최초로 유니폼에 캐릭터를 넣은 이후, 캐릭터 협업은 이제 리그 전반의 흥행 공식이 됐다. 기아타이거즈는 2025년 5월 인기 캐릭터 '캐치! 티니핑'과 협업한 유니폼과 굿즈를 선보였는데, 출시 첫날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점에 팬이 몰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 라이온즈도 같은 해 3월 에버랜드의 '바오 패밀리' 와 손잡고 한정판 굿즈 100여 종을 담은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LG트윈스는 올해 '호빵맨'과 손잡고 협업 유니폼과 마킹 키트, 캐릭터 배지 등 굿즈를 선보이는 한편 잠실야구장에 팝업스토어와 포토존을 마련했다. 시구·시타에도 캐릭터가 참여하는 등 캐릭터 IP를 상품을 넘어 경기장 현장 경험으로 확장했다. 다른 구단도 잇달아 유사한 캐릭터 협업을 선보이면서, 한 구단의 이색 시도로 시작됐던 캐릭터 협업이 리그 전체의 팬덤 확장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