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 - 한양대 국제경영 석사, 현 한전그룹사 리스크·투자심의 자문위원, 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그룹사 출자 사전심의 전문위원, 전 삼정·한영·삼일회계법인 에너지인프라부문 파트너 /사진 한동현

"글로벌 투자자가 데이터센터를 단순 부동산이 아닌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보기 시작했다. 전력 인프라는 그 확장의 가장 큰 병목이 됐고, '디지털 인프라' 와 '에너지 인프라'는 이제 하나의 결합된 투자 테마로 재편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을 선점하지 못하면 어떤 인프라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시장 판단이 인수합병(M&A) 지형을 바꾸고 있다. 한동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는 이 흐름을 지켜보는 에너지 인프라 전문가다. 2007년부터 약 20년간 대형 회계법인에서 전력·에너지 분야 컨설팅 자문을 수행해 온 그는 지난 5월 '데이터센터 산업의 새로운 경쟁 질서: Power-First(딜로이트 인사이트)' 보고서를 썼다. 보고서는 AI 시대 데이터센터 경쟁의 본질이 반도체나 클라우드 기술이 아니라 '전력확보'에 있다고 진단하며, 전력을 중심에 놓고 입지와 인프라를 설계하는 'Power-First' 전략을 제시한다. 그는 "디지털 인프라와 에너지 인프라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전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기업과 투자자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가 Power-First다. AI 시대에 왜 전력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인가.

"AI 반도체가 자동차 엔진이라면, 전력은 그 엔진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연료이자 도로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수많은 사용자 질의에 실시간으로 응답하려면 24시간 막대한 연산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필수적인 투입재가 전력이다. 생성 AI(Generative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가 크게 높아졌다. 좋은 반도체를 확보하더라도 충분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입지를 정하고, 건물을 짓고, 전력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전력을 먼저 확보하고 그에 맞는 입지와 구조를 설계하는 Power-First가 필요하다."

전력·에너지·데이터센터 자산이 글로벌 M&A에서 가장 뜨거운 인수 대상으로 떠올랐다. 배경은 무엇인가.

"AI가 디지털 산업을 물리적 인프라 산업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AI 서비스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망·변전소와 냉각 설비, 발전 자산,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가 함께 필요하다. 글로벌 투자자가 데이터센터를 단순 부동산이 아닌 'AI 시대 필수 인프라'로 보기 시작했고, 전력 인프라는 그 확장의 가장 큰 병목이 됐다. 데이터센터 투자자가 전력 개발사나 에너지 인프라 운영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인프라'와 '에너지 인프라'가 하나의 결합된 투자 테마로 재편되고 있다."

투자자가 데이터센터를 인수할 때 실제로 사는 것은 건물인가, '이미 확보된 전력' 그 자체인가.

"양쪽 모두이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이미 확보된 전력의 가치가 훨씬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물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전력을 적기에 공급받을 권리와 계통 접속 가능성은 쉽게 확보할 수 없다. 수전 용량이 확정됐는지, 변전소와 송전망 접속이 가능한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발전 사업자와 수요자가 장기간 전력을 고정 가격에 거래하는 계약)이 안정적인지를 함께 본다. 데이터센터의 본질은 '전력이 결합된 수익형 인프라 자산'에 가깝다. 전력이 확보된 데이터센터는 착공, 임대, 금융 조달 가능성이 모두 커진다."

한동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 - 한양대 국제경영 석사, 현 한전그룹사 리스크·투자심의 자문위원, 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그룹사 출자 사전심의 전문위원, 전 삼정·한영·삼일회계법인 에너지인프라부문 파트너 /사진 한동현

데이터센터와 에너지를 하나의 사업으로 통합하는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전력 확보를 위해 발전 자산, BESS, 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에 관심을 두고 있고, 발전·에너지 기업은 안정적인 장기 수요처로서 데이터센터를 매력적인 공동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쓰는 수요처다. 발전 사업자는 장기 판매 계약으로 수익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전력 확보와 가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구조다. 앞으로는 발전·송배전·저장·냉각·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캠퍼스로 묶는 통합형 개발 모델이 늘어날 것이다."

한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지어도 전력을 받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력 병목'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건물을 지어도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력 접속 대기가 길어지면 내부 수익률은 낮아지고 금융 비용은 증가한다. 이와 함께 전력 공급이 확정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의 가격 차이가 벌어진다. 마지막으로 M&A 실사의 초점이 바뀐다. 토지 권리, 건축 인허가, 시공비 중심이었던 실사가 이제는 수전 확약, 변전소 증설 필요성, 송전망 보강 비용이 핵심 항목이 됐다. 한국에서는 '입지 좋은 부동산' 보다 '전력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AI 인프라 과잉투자 우려도 있다.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먼저 첫째는 수요 과대평가다. AI 수요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임차인 확보 여부와 임대 계약 신용도를 꼼꼼히 봐야 한다. 둘째는 전력 리스크다. 접속 지연이나 송전망 보강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셋째는 기술 리스크로, 냉각 기술과 전력 밀도 기준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수년 뒤에도 경쟁력이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 넷째는 지역 수용성 리스크다. 전력·물 사용 문제로 주민 반대나 환경 규제가 사업 지연 요인이 된다. 다섯째는 밸류에이션 리스크다. 전력 확보가 불확실하거나 임차인 계약이 약한 프로젝트를 단순히 'AI 테마'만으로 고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전력·데이터센터 정책에서 한국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AI 전략과 전력 전략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AI 산업 육성은 전력·송전망·부지·냉각수·인허가가 함께 준비돼야 한다. 전력망 투자를 앞당기고, ESS(에너지저장장치), 자가발전, 수요 반응 등 계통에 기여하는 데이터센터에 인허가· 요금·입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아울러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육성을 선언이 아닌 전력·통신망·세제·부지를 묶은 패키지로 실행하고, 직접 PPA와 그린 타리프(Green Tariff·재생에너지 전력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기업에 전력 회사가 녹색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요금제) 등 전력 조달 제도를 고도화해야 한다. 글로벌 AI·클라우드 기업은 안정적 전력뿐 아니라 무탄소 전력을 요구한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역과 전력망에 기여하는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Plus Point

딜로이트 "韓 데이터센터, 2030년 수도권 사실상 포화"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연평균 약 20% 성장이 예상되는 고성장 시장이지만, 전력 병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력 접속 신청 규모는 60~100 (기가와트)에 달하지만 실제 계통 수용 가능 규모는 25~30 에 그쳐, 신청 물량 절반 이상이 탈락하는 구조다. 전력 대기 기간은 현재 3~5년에서 2030년 최대 8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조성에 2~3년이 걸리는 데 반해 전력 설비 건설에는 3~8년이 소요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핵심이다. 보고서는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재생에너지는 전남·전북·제주에 풍부한 '입지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ESS·액화천연가스(LNG) 백업 전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력 구조와 '전력 중심 입지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