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로봇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도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봇에는 방대한 종류의 부품과 원료가 들어가는 만큼 개별 특성에 맞는 폐기 또는 재활용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로봇 시장조사업체인 휴머노이드 가이드는 지난달 22일 '휴머노이드 무덤, 스위치가 꺼진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희토류 자석, 배터리 팩, 민감한 데이터가 담긴 메모리 등 1만~1만5000개의 개별 부품으로 구성된다"며 "로봇의 폐기는 마치 수술처럼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고 위험 부담이 큰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로봇 1대당 1만개 이상 부품 탑재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발간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는 일반적으로 중량 50~70㎏으로 크게 구동계·지능·센서·배터리 등 4가지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로봇이 움직이는 힘과 동작을 만드는 구동계 주요 부품은 액추에이터로 로봇의 어깨나 팔꿈치 등 로봇의 관절 부분에 장착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평균적으로 25~35개, 고급형 모델에는 50개 이상의 액추에이터가 탑재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2세대(Optimus gen 2)'에 탑재된 액추에이터는 몸체 28개, 로봇 손 12개로 총 40개다.
액추에이터는 또 모터, 감속기(모터의 회전 속도를 줄이고 회전력을 높이는 에너지 변환 장치), 기어박스(동력 전달 장치) 등 여러 부품으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GPU·메모리 반도체 등 로봇 지능 부분 부품과 카메라· 라이다(Lidar)·촉각 센서 등 휴머노이드 1대당 약 1만개의 부품이 탑재된다.
휴머노이드 가이드는 "수명을 다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폐기가 어려운 이유는 내부가 매우 촘촘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각 시스템이 서로 얽혀 있어 분해와 재활용 과정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 데이터 유출·배터리 열 폭주 등 위험 산재
휴머노이드 가이드는 전자제품 재활용 기업인 리텍의 자료를 인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폐기하거나 재활용할 때 ▲민감성 데이터 유출 ▲리튬이온 배터리 폐기 과정의 위험 요소 ▲부품 재활용 시 파손 위험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된 메모리에는 기업의 자산인 내비게이션 지도나 생체 인식 기록, 각종 행동 패턴 등이 저장돼 있다. 따라서 로봇을 재판매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할 경우 민감성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을 폐기할 경우 내부에 탑재된 배터리 셀에서 열 폭주가 일어나거나 유독가스가 방출될 수도 있다.
재활용을 고려한 폐기 전략도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재활용 가치가 높은 희토류인 네오디뮴 자석(NdFeB)이 약 3.5kg에서 4kg 들어간다.
◇ 학계에서도 로봇 폐기 중요성 주목… "생애주기 관찰해야"
학계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폐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캐나다 콩코디아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및 기술(EnvironmentalScience&Technology)'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高)에너지 배터리, 복잡한 전기 기계 장치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물리 시스템에 해당된다"며 "폐기물 분류 체계가 부족하고 수명 종료(EoL·End-of-life) 시점의 처리 방식도 가전제품과 달라 세부적인 지침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 "휴머노이드 로봇은 해체 시 잔류 전력이나 끼임 사고 등 많은 위험이 따를 수 있다"며 "수거 단계부터 모델의 배터리 특성, 손상 상태 등을 기록하고 전처리 단계에서는 관절 움직임 잠금과 조기 배터리 분리 등 안전한 작동 중지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제품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최종 폐기될 때까지 로봇의 생애주기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