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주력 전차인 K2에 탑재될 능동방호체계(APS) 사업자 선정을 두고 한화시스템과 현대로템이 경쟁하고 있다. APS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이나 드론 등을 탐지해 공중에서 요격하는 무기체계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요성이 부각됐다.

3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K2 전차의 성능 개량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4월 소요(무기체계 도입 전 필요 여부를 파악해 결정하는 절차)를 확정했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군 당국은 오는 2028년부터 2031년까지 체계 개발과 시험 평가를 마무리하고 2032년부터 전력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합동화력훈련 미디어데이에서 육군 K2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군은 성능 개량 사업을 통해 360도 전장 상황 인식 장치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의 여러 기능을 추가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핵심은 APS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 군에서 운용하는 전차의 약 85%인 1600여 대에는 APS가 장착되지 않은 상태다.

◇ 한화시스템·현대로템, APS 사업자 선정 경쟁

국내에서 APS를 개발하는 기업은 한화시스템과 현대로템 등 두 곳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3년부터 국산 APS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로부터 389억원 상당의 지능형 능동방호 기술 개발 과제를 따내기도 했다. 이 APS는 아이언 피스트(Iron Fist)와 비슷한 폭압탄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날아오는 대전차 로켓·미사일 등을 방호용 로켓의 폭발·폭압을 이용해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APS의 실사격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오는 10월에 개발을 끝내는 게 목표였는데, 한 달 정도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안에 개발을 마무리한 뒤 K2 전차 성능 개량과 함께 진행될 본격적인 APS 체계 개발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사진은 국제방산전시회 폴란드 MSPO 2025에서 최초로 공개한 한화시스템의 능동방호체계(APS) 모습. /한화시스템 제공

현대로템은 이스라엘 군수업체인 라파엘과 협업해 APS를 개발하고 있다. 라파엘은 영국, 독일 등 다수 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APS인 트로피를 개발한 업체다. 트로피는 대전차 미사일 위협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의 APS다. 현대로템의 APS도 직접 타격 방식을 취한다.

특히 현대로템의 APS는 트로피의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라파엘로부터 트로피 기술을 이전받아 새로운 한국형 APS를 만든다는 게 현대로템의 계획이다. 국산화율을 높여 대전차 고폭탄까지 방어가 가능하고, 소형 및 자폭 드론도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형 K2 전차 K2PL에 트로피를 탑재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K2PL에는 라파엘의 트로피를 달지만, 국군용 K2 전차에는 새로 개발 중인 APS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의 APS 개발 사업에는 정부 지원금 62억원을 포함해 총 124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 한화는 100% 국산화… 현대는 성능 검증

한화시스템의 APS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탄도 알고리즘 등이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따라서 수출뿐만 아니라 개조·개발, 정비 등에서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다만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제품이어서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현대로템 APS의 최대 장점은 성능 입증이 이미 상당 부분 끝났다는 점이다. 영국과 독일 군이 APS 분야에서 채택할 정도로 트로피가 전 세계 베스트 셀러인 데다 이스라엘 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수 전장에서 활용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외국 기술 사용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현대로템이 성능 검증이나 유지보수를 직접 맡기로 라파엘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운용 비용은 없지만, 군 납품 등의 경우에는 라이선스 비용이 생길 수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라이선스 등은) 추가 협상을 해야 한다.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경남 창원공장에서 개최된 'K2 전차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에서 도열한 K2 전차. /현대로템 제공

한편 최근 국내 정치권과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APS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APS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과의 전쟁을 비롯해 여러 군사 분쟁에 휘말리면서 제대로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이스라엘제 APS 도입을 포기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스페인 육군은 지난해 자국 장갑차에 탑재할 APS의 공급사로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를 채택했지만, 최근 독일 라인메탈로 선회했다. 엘빗시스템즈의 느린 생산 속도가 교체의 이유로 꼽혔다.

현대로템이 현재 개발 중인 APS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현대로템 측은 "국산화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양산 가격을 절감 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본격적인 양산 단계 에서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K2 전차 성능 개량 사업의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산안이 확정되면 내년 초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사업비를 산출할 계획인데, 이 시기에 APS 사업자도 최종 선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도입 시점에 군 전력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