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해 HD현대중공업 등 업황이 좋은 기업에서 성과급 인상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화두가 된 가운데 현대제철(004020) 노동조합도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감원을 했던 지난해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며 1인당 영업이익이 늘었으니 이에 맞춰 급여를 올려달라는 것이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지난 8일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올해 임단협 첫 상견례를 진행했다. 현대제철 노사가 5월부터 교섭을 시작한 것은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통상 현대제철 교섭은 긴 직전 연도 교섭 기간·소극적인 교섭 요구 대응 등으로 하반기에 열려왔다.
현대제철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 앞서 5개 지회 공통 요구안을 작성해 사측에 공유했다. 노조는 요구안에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 대비 150% 인상해달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지난해 현대제철 성과급은 기본급 300%에 일시금 500만원 등으로 1600만원 수준이었다.
노조가 이같은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한 것은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회사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돼서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줄어든 22조733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192억원으로 같은 기간 37.4% 증가했다.
노조는 지난해 실적 개선이 감원 기조와 함께 이뤄지면서 1인당 영업이익으로 보면 증가세가 더 커졌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이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 수는 1만1127명으로 직전 연도 대비 2% 줄었으나, 기술직 감원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와 함께 금속노조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4만원 인상, 직무 호봉 금액 인상, 차량구입비 등 복지제도 개선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기본급 인상 규모 역시 지난해 타결안이 8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87% 큰 수치다.
노조 측은 "요구안 대로 수용된 적은 없으나 지난해 회사 실적이 감원 기조에서도 개선을 이어간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전달한 것"이라며 "회사가 교섭에 빠르게 임한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이날까지 두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다만, 올해 철강 업계 경영 시황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이러한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는 녹록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는 1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으나, 별도 기준으로는 7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영업손실 규모가 164억원 커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먼저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계열사의 관세 환급 효과와 미실현이익 관련 기저 효과가 이를 충당하며 연결 실적만 개선된 것이다.
철강업계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류비·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업황 개선이 절실하지만, 현대제철은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업황 개선이 더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전기로 일관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 역시 추진하고 있어 재무 부담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미국 제철소 사업을 위한 현지 법인(Hyundai Steel USA Corp)에 7074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회사의 부채총계는 올해 1분기 15조1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늘었다.
실적 개선에 따른 노조의 성과급 인상 압박은 산업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노조의 성과급 인상 요구는 외신까지 주목하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상한을 두고 있는 성과급 산정 방식의 개선을 포함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요구안에 올해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공유할 것을 포함했다. 한화오션 노조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을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