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올 들어 4개월여 만에 주요 수주 목표의 절반 수준을 채우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커지면서 탱커(유조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이어진 영향이다. 애초 일각에선 최근 수년간 대규모 발주가 누적돼 올해 신조 시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올 1분기 전 세계 신조 발주량은 3690만GT(총톤수)로 전년 동기보다 67%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보다 빨라진 수주 속도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94척, 108억1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 233억1000만달러의 46.4%를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척, 64억9000만달러를 수주해 당시 목표의 35.9%를 채웠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수주 속도가 한층 빨라진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까지 17척, 34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이 가운데 상선 수주가 30억달러로, 연간 상선 목표 57억달러의 52.6%를 채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8척, 26억달러를 수주해 당시 연간 목표 98억달러의 27%를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상선 수주 목표를 충분히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연간 수주 목표를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 들어 19척, 34억4000만달러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척, 30억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LNG선 수주, 전년比 5배 늘어

올해 수주 흐름을 떠받치는 선종은 탱커와 LNG 운반선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탱커선은 견조한 운임 환경과 노후선 교체 수요로 발주가 늘었고, LNG선과 LPG선,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도 발주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탱커 발주 확대에는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맞물려 있다. 원유 조달처와 운송 항로가 다변화되면서 운송 거리가 길어지고, 같은 물량을 옮기는 데 필요한 선박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런 흐름을 타고 한화오션은 올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수주를 지난해 같은 기간 6척에서 10척으로 늘렸다.

LNG 운반선도 에너지 안보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 흐름을 타고 발주가 늘고 있다. LNG 조달처가 다양해지면서 운송 거리가 길어질 것이란 예측이 늘었고, 구형 선박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며 신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조선 3사의 올해 LNG 운반선 수주는 23척(HD한국조선해양 12척, 삼성중공업 6척, 한화오션 5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척에서 5배 이상으로 뛰었다.

하반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규 LNG 프로젝트가 추가 발주 기대를 키우고 있다. 삼성중공업 측은 "올해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를 80척 안팎으로 보고 있지만, 클락슨은 3월 기준 전망치를 125척으로 제시했다"며 "1분기에 이미 LNG 운반선 35척 발주가 나온 만큼, 실제 발주 규모가 회사 전망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28년까지 상승 흐름 이어질 듯"

수익성도 함께 좋아지고 있다. 과거 저선가 물량의 건조 비중이 줄고, 선가가 오른 뒤 수주한 선박의 비중이 커진 영향이 크다.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은 16.6%로, 전년 동기 13.4%보다 3.2%포인트 올랐다. HD현대중공업은 15.3%, HD현대삼호는 18.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9.4%로, 지난해 1분기 4.9%에서 두 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직전 분기보다는 소폭 낮았지만, 저선가 물량이 줄고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 비중이 늘면서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오션의 1분기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은 18%로, 전년 동기 9.1%의 두 배 수준이다. 특수선과 해양 플랜트 부문이 적자를 낸 가운데 상선 부문이 전체 실적을 떠받쳤다. 한화오션은 반복 건조에 따른 생산성 개선, 조기 인도, 원가 절감 활동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3년 안팎의 일감을 확보한 만큼 무리한 물량 확대보다 선가와 납기, 수익성을 따지는 선별 수주를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는 변수이지만, 노후선 교체와 친환경 규제, LNG 프로젝트 확대 등의 영향으로 2027~2028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흐름은 탄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