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미국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인 패트리엇 시스템의 납품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의 '천궁 Ⅱ'를 검토 선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천궁Ⅱ가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서 요격 성공률 96%를 기록하며 우수한 성능을 입증한 만큼 유럽으로 수출 영역을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각) 유럽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인더스트리유럽에 따르면 스위스 국방조달청은 최근 한국과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등 4개국에 지대공 방어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여기에 5개 방산 업체에도 개별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4개국에 속한 업체일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 국방조달청의 카이군나르 지베르트 대변인은 "납기, 비용, 성능, 유럽 내 생산 비중이 지대공 방어 시스템 선정의 주요 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정보 요청은 공식 제안서 제출보다 예비 데이터 수집 단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방조달청은 이달 말까지 정보를 받은 뒤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레이시온이 개발한 패트리엇 시스템은 적의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공중에서 요격해 방어하는 지대공 유도무기체계다. 레이다를 통해 다수의 목표를 동시에 추적하고,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 등과 직접 충돌해 자폭하는 방식으로 요격한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방공망을 담당하는 핵심이자 표준 무기 체계다.
스위스가 추가로 지대공 방어 시스템을 물색하는 것은 패트리엇 시스템의 인도 지연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지난 2월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따라 패트리엇 시스템 납품 우선순위를 재조정했고, 스위스에 4~5년 납품 지연과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통보했다. 당초 스위스는 2027~2028년에 패트리엇 시스템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미국의 패트리엇 시스템 공급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일 "미 국방부가 영국, 폴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유럽 동맹국들에게 여러 미사일 시스템의 납품이 심각하게 지연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패트리엇 시스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Ⅱ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지대공 방어 시스템이다. 천궁Ⅱ의 사거리는 목표물 종류에 따라 20~50㎞, 요격 가능 고도는 15~40㎞ 수준이다. 발사대 1대엔 총 8발의 미사일이 탑재되고, 최대 속도는 마하5(초속 1.7㎞) 이상이다.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레이다는 한화시스템이,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천궁Ⅱ는 현재까지 중동에만 수출됐다.
패트리엇 시스템은 사거리가 60㎞에서 최대 150㎞에 달한다. 최대 요격 고도는 30~40㎞다. 천궁Ⅱ보다 장거리 요격에 적합한 셈이다. 여기에 미사일 발사 방식도 다르다. 패트리엇 시스템은 발사대 내부에서 미사일 엔진을 점화하지만, 천궁Ⅱ는 발사 후 공중에서 미사일 엔진이 켜진다. 이 때문에 천궁Ⅱ는 패트리엇 시스템과 달리 공중에서 미사일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방산업계에서는 스위스의 운용 목적에 따라 천궁Ⅱ의 채택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천궁Ⅱ와 패트리엇 시스템은 비슷해 보이지만,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라며 "천궁Ⅱ를 구입하려면 산지가 많은 스위스 특유의 작전 환경과 기존 무기 체계와의 결합 여부 등 다양한 측면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천궁Ⅱ의 가격이 패트리엇 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천궁Ⅱ가 가장 큰 약점이었던 실전 검증까지 최근 완료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힐 만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2월 이란으로부터 수백발의 탄도미사일 등 공격을 받자 천궁Ⅱ를 이용해 요격했는데, 성공률이 96%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실제 채택 여부와 관계 없이 천궁Ⅱ가 미국의 패트리엇 시스템을 대체할 만한 지대공 무기로 후보군에 올랐다는 것은 높아진 K-방산의 위상을 증명하는 고무적인 일에 해당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