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따낸 국내 원전 기업들이 다음 수주 대상지로 베트남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4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정부는 닌투언 원전 2호기를 지을 신규 사업자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은 닌투언 2호기를 건설할 부지 선정과 조사, 관련 승인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이며,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자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공개된 닌투안 원자력 발전소 설계도/베트남 정부 전자신문(Báo điện tử Chính phủ)

닌투언 원전 프로젝트는 베트남 남중부 해안에 있는 닌투언성에 4~6.4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1·2호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1호기는 2030년, 2호기는 2035년 상업 가동을 각각 목표로 한다. 원전 1·2호기의 총 사업 규모는 약 220억~250억달러(약 30조~35조원)로 추산된다.

닌투언 원전 1호기는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이 수주했다. 베트남과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지금껏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방국이다. 로사톰은 원전 건설 뿐 아니라 자금 지원, 우라늄 농축, 원전 운영, 유지보수 등 모든 옵션을 묶은 '원스톱 풀패키지'에 건설 비용의 85%를 러시아가 차관으로 지원하는 조건을 내걸어 수주에 성공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전략으로 이집트, 터키, 방글라데시, 인도 등 주로 개발도상국 원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72기다. 이중 로사톰은 자국에서 5기, 해외에서 15기를 짓고 있다. 다만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경제 제재 등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닌투언 원전 2호기는 일본의 민관 합동 컨소시엄인 일본국제원자력개발이 수주한 뒤 공사 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발을 뺀 사업이다. 일본 역시 베트남에 대규모 공적개발 원조와 인프라 투자, 저리 차관 등을 약속해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일본이 베트남 원전에서 철수한 데는 양국 간 통상 마찰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베트남 정부는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2030년부터 하노이 시내 중심가에서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현지 오토바이 시장의 80%를 점유 중인 일본 기업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자, 일본 정부가 불만을 제기하며 원전 건설에서 손을 뗐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당초 로사톰에 닌투언 원전 1·2호기를 모두 맡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호기 건설은 다른 국가로 넘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한 '팀코리아'는 일본이 포기한 닌투언 2호기 수주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한전은 베트남 국가산업에너지공사(PVN)와 '원전 개발 협력 가능성 검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베트남 기업인 PTSC, 페트로콘스와 각각 신규 원전 협력과 공급망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대우건설은 해외사업단과 원자력사업단을 통합한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신설해 베트남 진출 기반을 만든 상태다.

정부도 한전과 한수원으로 나뉘어 있는 원전 수출 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베트남 원전 수주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한전이 대외적인 수출 창구 역할을 맡고 한수원은 기술 실무, 시공 역량을 맡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베트남은 자체적으로 원전을 지을 자금이 부족하다"며 "러시아 로사톰이 닌투언 1호기 사업을 따냈을 때처럼 팀코리아도 베트남에 유리한 금융 조건을 제공하는 게 수주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