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자동차 공공 충전기 요금 체계를 현행 2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해 충전 속도가 빠를 때는 요금을 올리고, 속도가 느릴 때는 인하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 업계에선 공공 충전기 요금이 적용되는 '로밍 카드'를 전체 충전기의 90% 이상에서 쓸 수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민간 요금의 상한액을 설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29일 전기차 충전 요금 구간은 현행 2단계(100kWh 이상, 100kWh 이하)에서 30kWh 미만, 30~50kWh, 50~100kWh, 100~200kWh, 200kWh 이상 등 5단계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한 건물의 전기차 충전소. / 뉴스1

현재 전기차 공공 충전기 요금은 충전기 출력을 기준으로 100kW 미만이면 324.4원/kWh, 100kW 이상이면 347.2원/kWh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30kW 미만(294.3원/kWh), 30~50kW 미만(306.0원), 50~100kW 미만(324.4원), 100~200kW 미만(347.2원), 200kW 이상(391.9원)으로 5단계로 나눠 적용된다.

기후부는 "현재 운영 중인 공공 충전 요금 체계가 충전기별(완속·중속·급속) 실제 비용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에 충전기 출력을 기준으로 100kW 이상과 미만 2단계로 구분되어 있던 공공 충전 요금 체계를 5개 구간으로 세분화한다"며 "통신비·유지보수비 등 충전 시설 운영 비용 등을 반영해 요금 단가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원가 기준이 다른데도 동일 기준으로 요금이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며 "충전 유형별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기후부가 발표한 공공 충전기 요금이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충전기에도 적용되는 상한액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편된 전기차 충전기 요금 체계는 기후부가 설치·운영 운영하는 공공 충전기를 이용하거나, 기후부와 협약을 체결한 충전기에서 기후부 회원 카드인 '로밍 카드'로 결제할 때 적용된다.

문제는 로밍 카드를 이용하면 민간 사업자가 설명한 충전 금액과 무관하게 정부가 설정한 액수로 충전된다는 점이다. 현재 A 민간 사업자가 완속 충전기 요금을 kWh당 330원으로 설정해도, 로밍 카드로 결제하면 324.4원이 결제된다. 로밍 카드는 국내 전기차 충전기 중 99.8%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설정한 전기차 공공 충전기 요금이 상한액이 되는 셈이다.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객원 교수는 "공공주차장도 입지에 따라 요금이 다른데 전기차 충전 요금은 kW라는 기준 하나만 가지고 일률적으로 부과하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설 주차장 요금이 높아도 정부가 관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전기차 충전기 요금을 정하는 것은 전기차 사업자의 사업성만 낮춰 결국 시장을 떠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대기업은 전기차 충전기 시장을 떠났다. SK브로드밴드와 신세계는 전기차 충전 사업부를 GS차지비에 매각했다. 한화솔루션도 플러그링크에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넘겼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의 실적도 좋지 않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에 따르면 상위 9개 충전 사업자 중 2곳을 제외하고는 2년 연속 적자다. 완속 충전기 2만기 미만을 운영하는 업체 중에선 흑자를 낸 곳이 한 곳도 없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가 없는 곳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공공의 성격도 있는데 상한선을 낮추면 결국 다수의 기업이 충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충전 인프라 보급이 힘들어져,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상한액 설정으로 기업이 떠나면, 결국 전기차 충전기 운영 전체를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