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009830)이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며 발생한 자금 공백을 한화임팩트 지분 매각,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 유동화 등 비영업 자산을 활용해 메우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향후 그룹 차원에서 지분을 되찾아오는 구조가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화임팩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 한화 삼 형제의 승계, 계열 분리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조화 금융을 활용할 경우, 금융비용이 늘어나 부채 상환이 더뎌질 수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구조 변경을 설명하기 위해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17일 한화솔루션은 이사회를 열어 주주 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2조3976억원에서 1조8144억원으로 줄인다고 공시했다. 정기 주주총회 이틀 후 기습적으로 조 단위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영향이다.
한화솔루션은 줄어든 증자 대금 5832억원을 한화임팩트 지분 매각,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 유동화 등 비영업 자산을 활용해 메우겠다고 밝혔다. 비영업 자산은 기업의 영업 활동과 무관한 자산으로 보유 중인 현금, 부동산, 유가증권 등을 가리킨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임팩트(지분율 47.9%) 지분 가치는 3조2548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7%) 지분 가치는 5869억원이다. 한화임팩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비상장사이며, 한화솔루션은 경영권이 없는 소수 지분으로 갖고 있다.
이는 그간 비영업 자산을 먼저 활용하라는 시장의 요구를 뒤늦게 받아들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두 회사 지분의 경우, 비상장사인 데다 경영권이 없어 예비 투자자에게 자금 회수 방안을 보장하지 못해 지분 매각, 유동화에 제약이 있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구안을 내놓았으나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이나 그룹 차원에서 지분을 되사는 방식으로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본다. 두 회사가 한화그룹 오너 3세 승계, 계열 분리와 연관된 회사여서다.
차기 총수가 유력한 김동관 부회장은 2024년 한화임팩트 투자 부문 대표이사에 올라 그룹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투자형 지주회사로 수소·바이오 등 그룹 신사업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 삼 형제가 지분 8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로, 지분 52.07%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대표인 한화솔루션이 갖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셋째인 김동선 부사장의 주력 사업부다.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 등을 중심으로 외식·유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최대주주는 ㈜한화(49.80%)다. 2024년까지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냈다가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비영업 자산 활용 방안으로는 총수익 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 풋옵션을 건 투자 유치 등이 거론된다. TRS는 한화솔루션이 비영업 자산 지분을 증권사에 넘기면, 증권사가 해당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방식이다. 한화솔루션은 증권사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지분 가치가 등락하면 차액을 책임진다. 당장 현금을 확보하고, 향후 지분도 되사올 수 있다. 증권사는 수수료를 벌고, 원금도 보장받는다.
사모펀드 등에 지분을 매각하되, 풋옵션으로 안전장치를 거는 방법도 있다. 투자자는 자금 회수 불확실성을 없애면서도 일종의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게 된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도 비슷하다. 지난해 한화 삼 형제 중 둘째 김동선 한화생명 사장, 셋째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2031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지분을 되사겠다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다만 금융 비용이 늘어나는 점은 부담 요소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대금 중 9000억원은 부채 상환, 시설 투자에 9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주주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지만,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 부채 상환 속도가 더뎌진다.
한편 정정 신고서를 받은 금융당국은 한화솔루션의 주주 소통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논란은 근본적으로 주주 소통이 부족해 벌어진 문제"라며 "시장 요구를 무시하다가 금융당국이 막고 나서야 뒤늦게 수정안을 내놓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