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뉴스1

한화그룹 3남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 건설 부문 해외사업본부장직을 사임했다. 그룹 인적 분할로 신설되는 테크·라이프 지주사 경영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한화그룹 오너 3형제의 사업 영역이 확정되면서 지배 구조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 3월 31일 자로 ㈜한화에서 퇴사했다. 2014년 건설 해외 영업본부 소속으로 이라크 현지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2024년 1월 ㈜한화 건설 부문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에 선임됐으나 약 2년 3개월 만에 직책을 내려놓게 됐다. 다만 ㈜한화 지분 5.38%는 그대로 보유한다.

김 부사장이 ㈜한화를 떠난 것은 인적 분할에 맞춰 사업 축을 재정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화는 지난 1월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부문이 속하는 존속 법인과 ▲테크 ▲라이프 부문이 포함된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을 결의했다. 김 부사장은 분할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를 맡게 된다.

재계에서는 지배 구조 개편안이 확정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한화는 인적 분할안을 확정하기 전 건설 부문만 별도로 떼어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테크·라이프 사업군을 신설 법인으로 묶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건설 부문이 존속 법인에 남게 되면서 김 부사장의 ㈜한화 내 역할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는 것이다.

(오른쪽부터)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한화 제공

김 부사장의 모회사 사임으로 오너 3세의 역할 분담은 한층 선명해졌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핵심인 방산·조선·에너지,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삼남 김 부사장은 테크·라이프 축을 각각 맡는다. 지난해 말 3형제는 승계의 핵심인 한화에너지 지분을 기존 50%, 25%, 25%에서 50%, 20%, 10%로 각각 정리해 김동관 부회장에게 힘을 몰아줬다.

갤러리아 등 유통·레저와 로봇 사업을 이끌어온 김 부회장이 독자 영역을 굳히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커졌다는 점도 이번 ㈜한화 부사장직 사임의 계기가 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인적 분할과 신설 지주 설립을 추진 중인 만큼 관련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적 분할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한화는 주주 확정 기준일을 기존 4월 23일에서 5월 29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6월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7월 1일을 분할 기일로 정하고 7월 24일 신설 회사를 재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전체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김 부사장은 인적 분할 과정과 별개로 테크·라이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한화비전과 한화로보틱스의 인공지능(AI) 협업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한화푸드테크의 광화문 '더 플라자 다이닝' 개장에도 힘을 실었다. ㈜한화 지붕을 벗어나 자신이 주력해 온 분야에서 첫 하이엔드 식음료 플랫폼 도전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독자 경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