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미국에선 경제성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를 영구 정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인공지능(AI) 때문에 전력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한국원자력연차대회' 두 번째 세션에 참여한 프랭크 스터니올로 미국 컨스텔레이션 이사는 "다들 AI 미래에 대해 논할 때 원전을 강조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세션 주제는 '가동 원전 향상 및 계속 운전'이었다.
컨스텔레이션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남은 '쓰리마일섬(TMI) 원전' 운영사다. 컨스텔레이션은 1979년 사고가 났던 2호기(영구 정지) 대신, 2019년 경제성 문제로 폐쇄됐던 1호기를 재가동하려고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024년 9월, TMI 1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20년 동안 100% 구매하기로 계약한데 따른 조치다. 이에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해 1월 TMI 원전 재가동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연방 대출 보증도 승인했다.
프랭크 이사는 "TMI 1호기를 영구 정지할 때만 해도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가동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MS와 계약을 체결했고, 지역 세수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 정부는 원전 수명도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폈다. 미국 원전의 초기 설계 수명은 보통 40년이었으나, 현재는 60년(1차 연장)을 넘어 80년(2차 연장)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를 통해 미국에선 2025년 한 해에만 총 13기의 원전이 수명 연장을 승인받았다.
미국에서 원전 수명이 늘어난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신규 원전을 짓는 것보다 기존 원전 수명을 20년 늘리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AI 시대가 도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의 가치가 재평가됐다.
한국원자력기술원장 출신인 박윤원 비즈 대표는 패널 토론에서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하기까지 심사에만 3년이 걸리면서 재가동할 수 있는 10년 중 3년을 잃었다"며 "기존 원전의 효율성,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리 원전 2호기는 1983년 8월 10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 40년의 운전 허가 기간이 만료돼 지난 2023년 4월 8일 가동을 멈췄다. 한수원은 고리 원전 2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해 2022년 4월 규제기관에 계속 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제출, 3년 7개월여 동안의 심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 운전을 승인받았다.
박 대표는 "미국은 리스크가 높지 않은 업무와 규제는 과감하게 덜어내면서 원전의 효율성과 이용률도 높이면서 안정성도 높였다"며 "안전과 스피드는 다른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또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위해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고리 1호기의 상업 운전 개시일(1978년 4월 29일)을 기념해 매년 이즈음에 연차대회를 연다. 연차대회에는 정부, 산업계, 학계, 국제기구 관련자들이 모여 국내외 원자력 업계의 주요 의제를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