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6월까지 정유사 등 국내 원유 수입업체가 비(非)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경우, 중동에서 들여올 때보다 늘어난 운임 차액을 100% 환급하기로 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동산 비중이 워낙 큰 데다 장기계약 물량에만 혜택을 주다 보니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또 환급 적용 기한을 늘려주고, 비중동 지역에서 들여오는 원유 성상에 맞는 설비를 갖추는데 들어가는 설비 투자비에 대한 세액 공제를 해줘야 원유 수입국 다변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운임 차액 환급 제도 시행에도 불구, 국내 정유 4사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제한적이다. 운임 차액 환급 제도는 중동보다 먼 미주, 아프리카, 유럽에서 들여오는 원유를 대상으로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를 대주주로 둔 에쓰오일은 수입하는 원유의 98% 이상이 중동산이라 누릴 수 있는 환급 규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중동산 비중은 70% 중후반, HD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비중은 60% 정도다.

지난달 21일 한국석유공사 여수비축기지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의 원유 200만 배럴이 입고되는 모습. / 한국석유공사 제공

이에 정유업계에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황에서 기존 페르시아만이 아닌 홍해를 통과해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에도 운임 차액을 환급해 주길 바라고 있다. 중동 사태 이후 국내 정유 4사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을 이용해 원유를 들여오면서 홍해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정유업계는 장기계약 물량이 아닌 현물 물량에도 운임 차액 환급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정유 4사가 도입한 원유의 59%는 장기계약, 41%는 현물일 정도로 현물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이후 정유 4사는 중동산 장기계약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비중동 지역에서 현물 물량을 확보하는 중이다.

정유업계는 운임 차액 환급 제도가 6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동 사태가 언제든 또 빚어질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미주 등 다른 지역 원유 비중을 늘리기 위해선 운임 차액 환급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올 경우 국내까지 이동하는 데는 22~25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미주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데는 50일 이상이 걸리기에 운송비가 늘어나며, 그에 따른 보험료도 비싸진다.

정유업계는 또 미주 지역에서 들여온 원유는 중동산과 성상이 달라 설비를 바꿔야 하기에 이에 따른 지원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원유는 중동과 같은 중질유이지만, 산도와 점도가 달라 배관을 바꿔야 한다"며 "운임 지원은 물론 설비 특성을 감안한 지원책이 있어야 원유 다변화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원유 수입국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면서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재원 안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다 보니 나온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