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력기기 시장에서도 친환경 장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18일 전력기기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전력기기 업체 루시그룹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독일의 육불화황 대체(SF₆-FREE) 중전압 가스절연 개폐장치(GIS) 전문 업체인 누벤투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초고압 변압기 제품이 수출을 앞두고 보관돼 있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친환경 제품 발주가 늘고 있다. /효성중공업

육불화황(SF₆)은 핵심 전력기기 장비인 차단기와 GIS에서 많이 쓰이는 가스다. 이산화탄소(CO₂)보다 절연 성능이 뛰어나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2만4300배 높아 대체가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24킬로볼트(kV) 이하 GIS에서의 육불화황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2030년에는 52kV 이하 중전압 스위치기어, 2032년부터는 52kV 초과 고전압 스위치기어에서도 육불화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육불화황이 들어가지 않는 전력기기에 대한 교체 수요도 늘고 있다. 글로벌 3대 전력기기 업체인 히타치에너지는 지난달 일본의 주부전력과 세계 최초로 육불화황 대체 550kV GIS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껏 육불화황을 사용해 왔던 초고압 제품에서도 대체 제품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기존 GIS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9%까지 줄일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울산 변압기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권선 작업을 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일본은 아직 육불화황 사용 장비를 규제하고 있지 않지만, 탈(脫)탄소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도쿄전력도 2040년까지 탈탄소 전원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히타치는 같은달 호주 업체 일렉트라넷으로부터 탈탄소 전력기기를 추가 수주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그로스리포츠는 지난해 55억9200만달러(약 8조2817억원) 규모였던 친환경 GIS 시장이 매년 3.4% 성장해 2034년에는 77억2900만달러(약 11조4466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도 친환경 전력기기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육불화황 대신 드라이 에어를 적용한 145kV 차단기를 개발했고, 400kV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네덜란드에 중공업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워 다양한 친환경 가스절연개폐 차단기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공장 전경. /LS일렉트릭 제공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는 기존 광유 대신 환경에 이로운 절연유가 사용되며, 발화점이 낮아 화재 위험도 낮다. 폭발해 외부에 유출되더라도 자연 분해되는 성질을 갖춰 도심에서 설치 수요가 많다.

HD현대일렉트릭도 수출용 145㎸ GIS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420㎸ 제품 상용화에도 나선 상황이다. 지난 6일에는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가 방한해 친환경 제품을 살피고 가면서 추가 제품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은 아직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영국과 노르웨이, 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