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등재된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의 판징산. /서일원 기자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오전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 퉁런시의 한 마을. 케이블카를 타고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지 10여 분만에 산 중턱에 다다랐다. 한숨 돌린 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사십분가량 오르자 유네스코에 등재됐다는 판징산의 두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발 고도 2572미터. 안개와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산을 바라본 사람들은 '신선이 된 것 같다'고 감탄했다.

다음날 오전, 이번에는 도심 하천에서 크루즈에 탑승했다. 우장강을 따라 한 시간여를 가자 협곡과 작은 폭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르스트 지형의 가파른 절벽에는 안개가 걸쳐 있었고 깨끗한 강물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났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빠져 한 시간을 더 보내고 부두에 가까워지자 소수민족 무리가 배를 타고 미끄러져 오며 부르는 환영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중국 구이저우성 우장강에서 소수민족 주민들이 배를 타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서일원 기자

지역의 92% 이상이 산과 구릉으로 이뤄져 투자 유치를 방해했던 험준한 산악 지형이 관광객을 매료시키는 관광지로 탈바꿈한 건 정부의 지원 덕이다. 구이저우성은 지난 2023년 12월 중국 당국의 정책 회의에서 '배후지 전략'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에는 양회를 마친 시진핑 국가주석이 첫 시찰지로 정하고 직접 찾아 힘을 실었다. 지난해 구이저우성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7% 급증했다.

구이저우성을 대표하는 또 다른 특색은 말차다. 중국 내 가장 큰 말차 생산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구이저우 곳곳은 말차로 가득했다. 묘족·동족 등 소수민족과 함께하는 식사자리부터 명나라 고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중남문 역사문화거리의 번화가까지도 말차로 물들어 있었다.

주로 아이스크림과 쿠키 등 디저트나 음료로 소비하는 한국·일본과 달리 만두, 생선요리, 국수, 닭백숙 등의 음식과 와인, 맥주까지 모든 곳에서 말차를 경험할 수 있었다. 구이저우성에서 1년동안 생산되는 말차는 약 2500톤(t)으로 이중 1300t은 전 세계 54개국으로 수출된다.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내 한 식당에서 제공된 말차 요리와 말차주류. /서일원 기자

구이저우성 내 퉁런시는 말차 와인 수출을 준비 중이었다. 무룽쿤 퉁런시 시장은 "세상에 붉은색(홍주), 하얀색(백주) 와인은 있어도 초록색 와인은 없지 않냐"면서 "가장 좋은 품질의 말차와 쌀을 이용한 술을 만들었는데 제품 이름을 고심하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지를 물어왔다.

끊기지 않고 내려오는 소수민족만의 문화도 구이저우만의 색깔이었다. 구이양 근교에서는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묘족의 민족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동족의 음식을 함께하며 이들의 전통 의식에 맞춰 술을 맛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구이저우성을 찾았던 시 주석은 소수민족 문화가 소박하고 특색있다며 "농촌 진흥을 통해 중국식 현대화를 더욱 잘 건설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의 소수민족 동족이 전통문화 행사를 보여주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제공

퉁런시는 '제2의 장가계'를 노린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중국 관광지 중 하나인 장가계로 가는 관광 수요를 이어 흡수하겠다는 것. 인파가 몰려 붐비는 다른 관광지와 달리 한적하고 조용하게 관광할 수 있는 점이 구이저우의 또 다른 매력이다.

현재 다소 부족한 인프라도 점차 확충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구이저우성까지 가기 위해 선전·지난시 등을 경유해야 하는 어려움이 하반기부터는 사라진다. 퉁런시 관계자는 "한국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퉁런-인천 직항 노선을 8월에 신설한다"고 했다.

중국 구이저우성의 중남문 역사문화거리 번화가에 말차 제품 광고들이 걸려 있다. /서일원 기자

지난달 30일 열린 '제20회 구이저우성 관광산업개발 컨퍼런스'에서 구이저우성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했다. '관광객 유치 장려금'과 국제 관광 항공 노선 보조금 등이 지급되는데 총규모는 약 1억위안(약 219억원)이다.

셰녠 구이저우성 당 위원회 홍보부 상무부부장은 "구이저우성은 자연 경관이 훌륭한 것을 넘어 56개 소수민족과 757개의 전통마을이 있을 정도로 문화가 다채롭다"면서 "베이징, 상하이, 광둥과는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더 진짜 중국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