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유 가격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뛰면서 리터(L)당 20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금을 제외한 국내 판매 가격이 국제 거래 가격보다 1000원 가량 싼데 이를 그대로 반영해 바로잡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적용할 3차 최고 석유가격을 9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전 최고 가격에 국제 석유 제품 가격 변동률을 적용해 새로운 최고 가격을 정한다. 원칙대로라면 경유 가격 상승분을 휘발유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 그러나 경유는 주로 상업용 자동차, 선박, 농업 발전용 등 생계형으로 쓰이기에 가격을 높게 설정하면 여론의 반발을 살 수 있다.

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 연합뉴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시장에서 경유는 지난 6일 기준 L당 2585.46원에 거래됐다. 같은 날 국내 경유 평균 판매 가격(1949.21)보다 636.25원 비싸다. 유류세를 제하면 국제 경유 가격과 국내 경유 가격 격차는 1072.25원으로 벌어진다. 국제 경유 가격은 지난 2일 2776.9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휘발유의 경우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 차이가 경유보다 작다. 국제 제품 가격에 세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국내 판매 가격에서 유류세를 제하고 살펴보면, 6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1260.37원)은 같은 날 국제 시장 휘발유 가격(1345.4원)보다 85.03원 싸다.

국제 석유 제품 가격과 국내 가격을 비교했을 때 경유 가격 차이가 휘발유보다 큰 것은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휘발유 가격을 경유보다 높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3월 13일부터 적용한 1차 휘발유 최고가격은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휘발유가 높다. 3월 27일 발표한 2차 석유 최고가격 역시 휘발유(1934원)가 경유(1923원)보다 비싸다.

그래픽=정서희

정부는 2차 석유 최고가격 발표 당시, 휘발유와 경유를 동일하게 210원씩 올렸다. 국제 시장에서 경유 가격 인상 폭이 더 컸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정부가 3차 석유 최고가격에도 경유의 국제 가격 인상분 전체를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차 석유 최고가격 시행 이후 지난 6일까지 국제 시장에서 경유는 14.75%, 휘발유는 8.81% 올랐다. 정부 내부에서도 경유 최고가격 책정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에도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낮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는 중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원칙에는 국민 부담과 가격 신호를 고려하는 것도 있지만 생계형 소비자, 화물차 운전자, 택배 기사, 농민, 어업인을 고려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휘발유보다 경유에 더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가격 책정이 오래 지속될 경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산업연구원 이홍 부연구위원, 홍성욱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억제와 소비자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보전 확대나 물량 축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학과 교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한데 국내 시장 가격 인상을 계속 제한하면 가격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